"허허, 강하게 죽이는 것밖에 더 있겠어?".
화려하게 현장으로 돌아온 한화 김응룡(71) 감독은 8년의 공백기 만큼이나 어떤 스타일로 돌아올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김응룡 감독은 1983~2000년 해태, 2001~2004년 삼성에서 무려 22년을 현장 감독으로 있었다. 22년은 역대 누구도 범접하지 못한 감독 최장 기간. 이 기간 동안 김응룡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았다.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김응룡 감독의 권유 아래 한화에 코치로 첫 발을 내딛게 된 이종범은 김응룡 감독의 서슬퍼런 호랑이 시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1993~1997년 해태에서 5년간 김 감독 밑에서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친 그는 "김 감독님과 눈도 못 마주쳤다. 해태 때 정말 무서우셨다. 경기에서 지면 미팅을 소집해 방망이로 벽을 치고 의자를 부수곤 하셨다. 그러면 후유증이 보름쯤 갔다"고 폭로한 바 있다. 기물 파손은 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지난 1996~2000년 해태에서 5년간 김 감독 밑에서 뛴 장성호도 김 감독을 잘 안다. 장성호는 "프로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모셨던 감독님을 마지막에 다시 모시게 되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조금은 걱정되는 것도 있다"며 "감독님께서는 선수들에게 따로 주문하거나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시다. 워낙에 카리스마가 대단하신 분이다. 따로 말씀하지 않으셔도 선수들끼리 서로 알아서 긴장하게 될 정도다. 아마 나부터 그렇겠지만 우리 선수들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2004년을 끝으로 현역 감독에서 물러난 뒤 2005~2010년 6년간 삼성 야구단 사장으로 재임하며 야구를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지켜봤다. '공포스런 코끼리'의 모습은 없었다. 제자 선동렬 감독에게도 삼성 사장 시절 한 말이라고는 "힘들지?", "도와줄 건 없냐?", "소신껏 해라"는 세마디가 전부였다. 선동렬 감독은 "일평생 야구만 해오셨던 분인데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으셨겠나. 정말 편안하게 잘 해주셨다"며 사장 시절의 김 감독을 떠올렸다.
8년의 공백기가 있고 야구판 세대교체가 이뤄진 만큼 김 감독도 이제 과거처럼 '카리스마와 강성' 이미지로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단호했다. 카리스마와 강성의 이미지를 벗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김 감독은 "강하게 죽이는 것밖에 더 있겠나"라며 웃음 섞인 대답을 내놓았다. 카리스마를 버리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이어 "한화의 전력은 다 약하다. 투수력·타력·수비력 전부 약하다. 하루빨리 단련시키서 보완하는 것밖에 없다"고 가감없이 지적했다.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한화 선수에 대해서도 "눈길 가는 선수가 없다. 있어도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나는 선수와 개인적 이야기를 될 수 있으면 안 하려 한다"며 "내가 왔다고 해서 좋아할 선수들이 얼마나 있겠나"고 했다. 팀 전력 만큼 분위기가 아쉬웠던 한화에는 김 감독만한 적임자가 없다. 훈련량과 강도가 높아지고 분위기도 보다 타이트해질 전망. 과거처럼 선수들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기 보다 코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대가 변한 만큼 무조건적인 '공포 분위기' 조성은 없을 전망이다. 김 감독은 "그래도 이제 예전보다는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며 너털웃음 지었다. 하지만 이내 "내가 가진 건 그것(카리스마) 뿐"이라며 카리스마를 내비쳤다. 당장 내달 1일 마무리훈련부터 '돌아온 코끼리' 김 감독의 카리스마를 체감할 수 있을 전망. 김 감독은 "누구든지 실력이 우선"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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