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까지 진행된 두산과 롯데의 준 플레이오프, 이번 시리즈의 '단연 미친 선수'는 롯데 포수 용덕한(31)이다. 올해 6월 김명성과 트레이드 돼 갑작스럽게 롯데 유니폼을 입은 용덕한은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1차전에서는 주전포수 강민호가 7회 바운드 된 송구에 왼쪽 눈을 직격당하며 교체 투입됐다. 5-5로 맞선 연장 10회 선두타자로 나선 용덕한은 2루타로 출루, 결국 황재균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역전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2차전에선 강민호를 대신해 선발 마스크를 썼고, 9회 1-1의 균형을 깨는 결승 솔로포를 뽑아내 2연승을 진두지휘했다.
시즌 중에는 2할대 초반의 타율에 그쳤던 용덕한, 하지만 '가을 남자'라는 별명답게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본인은 "특별히 가을에 강한 건 모르겠는데 주위에서 자꾸 그렇게 이야기 한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2010년 준 플레이오프 활약을 돌이켜 보면 수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방망이로 활약을 펼치는 용덕한이지만 사실 그의 진가는 머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야구인은 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올해까지 두산에 있었던 용덕한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두산의 작전이나 투수 볼배합을 훤히 꿰고 있던 선수가 용덕한이라 이번 시리즈의 브레인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준 플레이오프에서 롯데 타자들은 예전의 공격적인 성향을 버리고 볼을 최대한 오래 지켜보고 있다. 그러한 방법으로 1차전에서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를 효과적으로 공략, 3점을 뽑아내기도 했다. 9일 경기를 앞두고 홍성흔은 "(용)덕한이가 니퍼트 볼을 최대한 오래 보라는 이야기를 해 줬다. 유인구가 많으니 투구수를 늘리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는데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두산의 볼배합을 훤히 꿰고 있었기에 가능한 분석이었다. 정통파 투수인 니퍼트는 강력한 구위로 공격적인 피칭을 펼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높은 코스에 들어오는 빠른 공이나 우타자 바깥으로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 등 유인구를 잘 섞는다. 또한 두산 포수 양의지가 니퍼트를 리드할 땐 유인구 비율을 높인다는 사실도 미리 알고 준비했다.
2차전에서도 용덕한의 '두뇌'가 빛났다. 롯데 선발 쉐인 유먼은 공백기 탓인지 초반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선취점을 내줬다. 유먼은 직구를 고집했지만 1회에는 구속이 안 나왔고 두산 타자들은 이를 공략했다. 그러자 용덕한은 2회부터 유먼으로 하여금 슬라이더와 서클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도록 유도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용덕한은 "1회까지는 유먼 스타일대로 직구 위주로 했는데 공이 좀 몰리더라. 그래서 2회를 앞두고 유먼에게 '내 스타일대로 가자'는 뜻을 전했고 유먼 역시 '네가 나 보다 저 팀을 잘 알 것'이라고 수긍 하더라"고 설명했다.
용덕한은 기대를 뛰어넘는 맹활약, 그리고 강민호의 부상으로 좀 더 마스크를 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강민호는 진단 결과 5일 가량은 쉬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지만 용덕한은 "(선발 포수는) 큰 욕심은 없다. 역시 우리 팀 주전포수는 (강)민호다. 민호가 돌아와서 포수를 보는 게 맞다고 본다"고 자세를 낮췄다. 2010년 준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9타수 6안타 4타점)했던 용덕한이 올해 가을에도 롯데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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