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더 지면 올 시즌 팀의 전체 일정이 끝난다. 지난해까지 21번의 준플레이오프 중 2연패 후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예는 딱 한 차례. 외국인 투수의 글귀를 통해 2패 후 3연승이라는 리버스 스윕 준플레이오프에 성공했던 두산 베어스가 2년 전 'Why Not' 시리즈를 재현할 것인가.
두산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4개월 전 자신들이 트레이드한 포수 용덕한에게 결승 솔로포를 내주고 1-2로 패했다. 이미 8일 연장 접전 끝 5-8로 패한 두산은 2패를 떠안으며 남은 경기 중 한 번만 더 패하면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롯데에게 넘겨주게 된다.
8일 경기에서 상대 수비 실책을 틈 타 역전까지 성공했으나 필승 셋업맨 홍상삼의 실투 하나가 대타 박준서의 동점 투런으로 이어지는 비운 등이 겹쳐 첫 경기를 내준 두산은 2차전에서 선발 노경은의 6⅓이닝 1실점 쾌투 등에도 불구, 1회 김현수의 선제 중전 적시타 외에는 무기력한 공격력을 보여주며 1-2로 패했다. 특히 9회초에도 홍상삼이 마운드에 오를 때 어떤 투수도 대기하지 않았다는 점과 9회말 무사 1루에서 4번 타자 윤석민에게 번트를 지시한 것은 지는 과정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준플레이오프 시작과 함께 두산은 김동주, 고영민에 투수진에서는 이혜천, 이재우, 임태훈 등 경험을 갖춘 이전의 주력을 제외하고 신예 선수들을 상당수 포함한 엔트리를 제출했다. “경험을 갖춘 선수들의 엔트리 합류도 고민했으나 시즌 막판 팀에 힘을 보탠 신예들을 믿고자 했다”라는 김진욱 감독의 이야기였으나 첫 2경기를 안방에서 모두 내준 것은 분명 팀에 커다란 상처다. 지난해 5위팀이 페넌트레이스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고 자기위안을 삼기에는 아쉬운 경기력이다.
벼랑 끝에 몰린 두산. 그러나 21번의 준플레이오프 중 2패를 먼저 안고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은 딱 한 번 밖에 없다. 이전 3전 2선승제였음을 감안하면 첫 경기 패배 후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도 21번 중 세 번이다. 지난 3년 간 모두 첫 경기 패배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는 했으나 지난 두 경기에서 보여준 두산의 경기력은 허탈함을 자아내는 모습이었다.
반드시 남은 경기에서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가운데 2년 전 두산의 2패 후 3연승 리버스 스윕 시리즈는 두산 선수단이 다시 돌아볼 만 하다. 2010년에도 두산은 롯데와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어 첫 경기에서 5-10, 2차전에서 1-4로 패하며 2패로 몰렸다. 특히 믿었던 필승 셋업맨 정재훈이 연달아 결정적인 홈런을 내주는 비운으로 인해 두산의 전망도에는 암운이 가득했다.
이 때 반전을 일으킨 선수 중 한 명이 당시 외국인 좌완이던 레스 왈론드. 그해 페넌트레이스에서 7승 9패 평균자책점 4.95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왈론드는 2패 후 3차전을 준비하며 사직구장 원정 덕아웃에 'Why Not'이라는 글귀를 붙였다. 첫 2경기를 내주며 '안된다'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당시였던 만큼 왈론드는 "왜 안 되나"라는 의문형으로 팀의 필승을 기도했다. 한때 왈론드는 시즌 초반 퇴출까지 확정적이었던 ‘미운오리’ 신세였다.
2010시즌 서서히 찾아 온 팀워크 균열 속에 3위를 차지하면서도 내부 우려점이 있던 두산은 왈론드가 'Why Not‘을 벽에 붙인 후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왈론드는 외국인 선수임에도 불펜 5분 대기조로 나서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롯데의 추격을 막아내고 천금같은 승리를 이끈 왈론드는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17로 맹활약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왈론드는 5경기에 모두 나서며 분투했다. 당시 팀 내 모든 선수들이 힘을 보탰으나 외국인 선수임에도 연투에 이은 혹사 위험을 무릅쓰고 투지를 불태운 왈론드의 투지는 두산이 준플레이오프 2연패 후 3연승을 달리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시즌 중 국내 투수로부터 “외국인 투수가 한국에 와서 견제를 배운다”라며 비아냥을 받던 선수가 “우리가 왜 안 되냐”라며 반문하고 패배의식에 빠지고 있던 선수단을 깨웠던 것이다.
물론 2년 전 두산과 지금의 두산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2년 전 두산이 강력한 공격력과 탄탄한 계투진을 갖췄던 반면 지금은 선발진이 강해진 대신 계투진이 얇아졌고 무엇보다 타선의 파괴력이 떨어진 감이 크다. 그만큼 경기를 팽팽한 가운데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잠재력은 높아졌지만 페이스가 좋을 때 압도할 수 있는 위력은 급감했다. 팬들은 5위에 그친 지난해가 아닌 2000년대 후반의 두산을 기억하고 있어 현재의 경기력에 당연히 실망하기 일쑤다. 여러모로 상황이 안 좋은 지금의 두산이다.
결국 “우리가 안 되기는 뭐가 안 돼”라며 대다수의 시선과 상대방을 향해 거세게 반문하는 코칭스태프, 선수단의 투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지더라도 끝까지 달려드는 투지가 없다면 팬들은 결국 납득할 수 없는 경기력에 떠나게 마련이다. 이미 팀을 떠난 지 2년이 된 왈론드의 'Why Not'. 지금의 두산은 과연 이를 기억하고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까. 벼랑에서 달려드는 투지가 없다면 두산의 리버스 스윕은 절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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