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셋업맨이 두 경기 연속으로 무너졌다. 이대로라면 불펜 싸움은 힘들다.
두산이 롯데와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내줬다. 두산은 1차전에서 8회초 홍상삼이 대타 박준서에게 2점 홈런을 맞았고 연장 10회 접전 끝에 롯데에 기선제압 당했다. 2차전에서도 홍상삼은 동점이던 9회초에 용덕한에게 결승 솔로포를 내줘 고개를 숙였다.
두산은 이번 시리즈에서 홍상삼에게 1이닝 이상을 맡겼다. 1차전 홍상삼은 1⅓이닝, 2차전 2이닝을 던졌다. 결국 불펜 투수 중 마무리 프록터가 나오기 전까지 홍상삼만큼 믿을만한 투수가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홍상삼은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올라온 6명의 불펜 투수 중 올 시즌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구위 역시 가장 좋다. 우투수 김강률도 위력적인 공을 지니고 있지만 제구력이 불안하고 김상현은 베스트 컨디션과는 거리가 있다. 좌투수 김창훈은 좌타자 전담 원포인트 릴리프며 신인 사이드암투수 변진수는 절제절명 순간에 투입하기에는 위험요소가 많다.
정규시즌 때처럼 두산의 강한 선발진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 불펜진에 1, 2이닝만 남겨줬다면 불펜진 운용에 대한 부담이 이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롯데는 불펜 대결시 양적 우위를 확신했고 두산 선발투수가 많은 공을 던지게 유도했다. 즉, 최대한 빨리 불펜 대결을 펼친다면 얼마든지 경기흐름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볼카운트 싸움을 길게 가져갔다.
정규시즌 공격적인 스윙으로 일관했지만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 니퍼트, 2차전 노경은에게 각각 탈삼진 2개씩만 당했고 니퍼트는 6이닝, 노경은은 6⅓이닝 소화에 그쳤다. 두산 불펜진이 홍상삼-프록터에 의존하는데 반해 롯데는 김사율-정대현 더블스토퍼 체제에 좌투수 강영식-사이드암투수 김성배-우투수 최대성이 고르게 셋업맨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 경기에선 불펜진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투수에 대한 분석이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타석에서의 집중력도 정규시즌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선발투수가 완투할 확률은 정규시즌에 비해 낮다.
두산은 2010시즌 롯데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지금과 거의 흡사한 상황을 맞이했었다. 최다 홀드를 올린 정재훈이 동점상황에서 결승타를 맞으며 1, 2차전을 모두 내준 채 부산으로 향했다. 그러나 3차전부터 좌투수 왈론드가 롱맨 역할을 소화, 반전의 중심에 섰고 두산은 내리 3경기를 잡으며 리버스 스윕에 성공했었다.
2010년 왈론드는 평균자책점 4.95 7승 9패로 선발투수로선 제 몫을 하지 못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불펜투수로 맹활약, 불펜진에 힘을 불어넣었다. 두산이 다시 한 번 기적을 연출하려면 왈론드와 같은 불펜진 히든카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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