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2010년 판박이’ 용덕한, 준PO 사나이로 등극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10 12: 42

2년 전과 이렇게 비슷할 수가 없다. 단지 유니폼만 바뀌었을 뿐이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용덕한(31·롯데)이 준플레이오프에 들어 펄펄 날고 있다. 올 준플레이오프에 들어 가장 돋보이는 활약이다. 1차전에서는 10회 선두타자로 나서 승리의 시발점이 되는 2루타를 쳤고 결승득점을 올렸다. 2차전에서는 자신의 힘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1-1로 맞선 9회 1사에서 홍상삼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결승 솔로 홈런을 때렸다. 친정팀 두산에 날리는 결정적 한 방이었다.
공격뿐만이 아니었다. 투수리드도 돋보였다. 1차전에서 부상을 입은 강민호를 대신해 선발 포수로 나선 용덕한은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을 잘 이끌었다. 초반 흔들렸던 유먼은 용덕한의 노련한 리드로 되살아나며 6회까지 1실점으로 잘 버텼다. 공·수 양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용덕한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 MVP로 선정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2년 전인 2010년 준플레이오프를 생각나게 하는 활약이다. 당시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용덕한은 시리즈를 통틀어 9타수 6안타(.667) 4타점을 기록했다. 준플레이오프 MVP도 그의 몫이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처지가 사뭇 바뀌었다. 당시 롯데를 울렸던 용덕한은 지난 6월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고 이번에는 두산을 울리고 있다. 묘한 인연이다.
상황도 흡사하다. 시작은 어디까지나 백업포수였다. 2년 전에는 당시 신예였던 양의지가 주전 포수였다. 올해는 강민호라는 부동의 포수가 있다. 그러나 그 틈새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2년 전에는 양의지가 경험부족으로 흔들렸다. 그러자 김경문 당시 두산 감독은 경험이 많고 수비력이 좋은 용덕한을 대역으로 투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수비는 물론 기대하지 않았던 공격에서도 맹활약했다. 4·5차전 결승타의 주인공이 용덕한이었다.
올해도 출발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시리즈 전 양승호 롯데 감독은 두산에서 건너온 용덕한의 활용 방안에 대해 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강민호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마땅한 자리도 없었다. 그러나 강민호의 부상이 용덕한을 전면으로 불러냈다. 강민호는 1차전에서 안면에 공을 맞고 교체됐다. 그러자 용덕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적어도 2차전만큼은 강민호의 공백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만점 활약이었다.
용덕한은 2차전이 끝난 뒤 “내가 가을에 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주위에서 그렇게 이야기해 기분은 좋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3차전은 다시 (강)민호가 나갈 것이다. 나는 뒤로 빠지겠다”라고 겸손해했다. 강민호가 공·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지금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다면 용덕한에게도 분명 또 한 번의 기회는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찾아온 기회는 놓치지 않았던 용덕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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