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만을 남겨 뒀다. 돌이켜 보면 세 차례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게 큰 힘이 됐다. '위기 뒤 찬스'라는 야구계의 속설처럼.
롯데는 시즌 후반 들어 극심한 타격 부진에 허덕였다. 누상에 주자가 있어도 불러 들이지 못했다. 이렇다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주축 타자들이 부상에 신음하며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양승호 롯데 감독 부임 후 최다인 7연패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을 만큼 심각한 위기를 겪은 덕분일까. 롯데는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달라진 경기력을 선보였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5점에 불과했지만 타격이 뒷받침됐기에 두 경기 모두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황재균, 문규현 등 하위 타선의 화력은 중심 타선 못지 않았다. 그리고 거포와는 거리가 먼 박준서와 용덕한이 천금같은 대포를 터트리며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안방마님' 강민호는 두산과의 준PO 1차전 도중 공에 왼쪽 눈을 맞았다. 전력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전 포수의 부상 공백은 치명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용덕한이 위기에 처한 거인 군단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뛰었던 용덕한은 2차전 선발 마스크를 쓰며 롯데 투수진의 호투를 이끌 뿐만 아니라 9회 결승 솔로포를 터트리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양 감독은 경기 후 "용덕한이 강민호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웠다. 용덕한이 수비형 포수지만 두산에서도 가을에 잘 해줬다. 강민호가 안 좋은 상황인데 감독 입장에서 용덕한이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맙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양떼 야구'의 핵심 멤버 정대현의 활약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고 SK에서 롯데로 둥지를 옮긴 정대현은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해 거인 계투진의 든든한 지킴이기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는 2월 왼쪽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만 몰두했다. 후반기 들어 1군 마운드에 오른 그는 24차례 등판을 통해 2승 1세이브 5홀드(평균자책점 0.64)로 짠물 투구를 선보였다.
'가을 잔치의 단골 손님'답게 준PO에서 그의 존재는 더욱 빛났다. 9일 2차전서 2-1로 앞선 9회말 무사 1루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윤석민을 3루 병살타로 유도한 뒤 이원석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 세우며 이날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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