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저 여자가 꼬리 쳤을거야.”, “어떻게 그렇게 생각해?”
불륜남편 고수남(신현준)과 이혼을 선언한 나여옥(김정은)의 영혼 체인지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KBS 2TV 월화드라마 ‘울랄라부부’가 안방극장을 넘어서 대한민국 부부 사이를 파고들었다.
지난 1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지난 9일까지 4회까지 방송된 '울랄라부부‘는 신현준, 김정은 두 주연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많은 이야기 거리를 풀어냈다. 그 중에서도 부부들 사이에서 이야기의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과 주부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울랄라부부’를 통해 남편과의 대화가 달라졌다는 시청 평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것.

1회는 부부간 대화의 시작을 알렸다. 나여옥이 남편의 불륜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른 채 냉정을 찾은 뒤 이혼을 감행하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부부들의 대화가 시작됐다. 불륜녀 빅토리아(한채아)를 얘기하는 남편과 아내들의 입장차가 그것이었고, “어쩜 남자들은 저렇게 적반하장으로 나올 수 있냐”는 아내들의 하소연과 함께 남편들의 “분명히 저 여자가 꼬리쳤을 거야”라는 아주 단순한 대립은 대화의 물꼬를 트게 만들었던 것.
특히 주부들 사이에서 ‘울랄라부부’가 속 시원한 한풀이 대상이 되면서, 남편들에게 드라마 이야기를 꺼내게 만들었다. 최순식 작가 특유의 주부 공감 대사와 상황 설정이 주부들의 마음을 ‘톡톡’ 건드렸기 때문. 또한 본격적으로 영혼체인지가 되면서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아내, 남편 적응기는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게 했다.
바람을 핀 것도 모자라 자신을 핸드폰에 ‘여자’라고 저장한 것을 알게 된 나여옥이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지구의 인구가 60억 인데 그중에 반 30억이 여자야. 그런데 내가 그 중에 하나야?”라고 오열하는 장면, 고수남의 몸으로 자고 있는 나여옥에게 시어머니가 본인의 흉을 보자 남편의 몸으로 “기찬 엄마 같은 사람 없다”며 통쾌하게 한 방을 먹이는 장면 등 깨알 같은 상황설정은 주부들의 마음을 보듬고, 한풀이를 제대로 해냈고 마치 주부들의 자신의 이야기인 듯 남편들에게 얘기를 꺼내놨다.
이뿐이랴. 나여옥이 남편 고수남의 몸으로 직장에 출근하는 모습을 통해서는 대학 졸업 이후 줄곧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온 우리시대의 가장들의 애환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했고, 다소 무감각해 보이지만 직장과 사회생활의 고단함을 무던히 견뎌내려는 남편들의 그 모습 그대로를 느끼게 하며 애잔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영혼체인지’라는 설정으로 남편과 아내로 만난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역할 바꾸기’를 통해 서로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울랄라부부’는 평행선 같지만 언젠가는 만날 ‘이해’의 교차선을 놓고 있다는 점에서 부부들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며 그들의 대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웃고 떠들며 볼 수 있는 단순한 코믹드라마인줄 알았던 ‘울랄라부부’의 가장 큰 반전이자, 수확이다.
이같이 이야기가 본격 전개되면서 초반 드라마를 함께 보면서 싸웠다는 부부들의 이야기가 코믹함에 웃다가 “당신도 저래?”라면서 대화가 주제가 됐다는 부부들의 이야기 등 시청 평도 다양해졌다.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최순식 작가는 “부부의 인연이 전생에서 이어졌다는 옛날 얘기에서 시작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이들이 인연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질 예정”이라면서 “기본적으로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가정에서의 소소한 일들의 소중함을 그려내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울랄라부부’의 끝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가정, 그리고 남편과 아내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믿음을 가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를 통해 대화를 넘어 부부 사이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울랄라부부’가 종영할 때쯤이면 ‘부부’가 함께 봐야할 필수 시청 드라마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한편, 10일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울랄라부부' 4회는 전국 기준 12.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첫 방송 이후 지켜온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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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랄라부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