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남자' 박시연, 그녀가 갑자기 훌쩍 컸다. 기대이상의 연기력으로 브라운관을 압도하며 다음을, 더 큰 한방을 기다리게 만들고 있는 것.
박시연은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한 남자'에서 오랜 연인 강마루(송중기 분)를 배신하고 서회장(김영철 분)의 품에 안겼다. 자신의 살인죄까지 대신 뒤집어쓴 강마루에게서 등을 돌리고 돈과 명예를 탐하는 욕망의 화신으로 전락(?)한 여인 '한재희'로 분한 것.
6년 만에 복역을 마치고 돌아온 강마루가 자신을 되찾아가기 위해 딸 서은기(문채원 분)에게 접근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지만 아랑곳 않는다. 자신과 아들 은석의 탄탄대로를 위해 방해가 되는 존재가 있다면 과감히 처리해버리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친 그녀는 강마루에게도 비수를 꽂을 만큼 욕망에 눈이 멀었다. 얼핏 악녀 캐릭터로 보이면서도 때론 동정표를 던지게 하는 비운의 캐릭터다.

어렵다. 이 캐릭터는 연기하기에 결코 쉬운 인물이 아니다. 속물 본능과 세속적인 욕망에 탐닉하는 여자의 처절한 분투, 그녀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시궁창 바닥 같던' 유년기의 기억, 또 강마루를 포함한 주위의 남자들을 이용하기 위해 아찔한 몸짓도 아끼지 않는 팔색조 같은 면모.. 이 모든 것을 갖추고 보여줘야 하는 복잡하고 무거운 역할이다.
박시연을 향한 기대치가 너무 낮았던 것일까. 많은 시청자들이 반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시연은 오묘한 눈빛과 보는 이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한재희'를 완벽 소화하고 있다. 화려하고도 섹시하며 천상 가녀린 여인같은 비주얼과 동시에 내면에서 뿜어져나오는 감정 연기가 제대로 조화를 이룬다. 강마루를 배신하고 이용까지 하는 이 못된 여인의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공감과 탄식을 쏟게 되는 이유다.
사실 박시연이 대중 사이 크게 어필하는 이미지는 '패셔니스타'다. 이국적이고 화려한 미모와 몸매로 어느 자리에서나 빛나는 스타일의 아이콘이 됐다. 하지만 그녀의 본업은 배우다.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얼마 전까지도 작품마다 연기력 논란이 따라다니던 그녀는 올해 초 영화 '간기남'을 통해 비로소 성장통을 끝낸 모습이다. 화려한 비주얼보다 연기력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배우로서 한층 자신감도 얻은 듯 보인다. '착한 남자' 속 한재희 캐릭터를 만난 건 그녀의 연기 인생에 있어 중요한 분수령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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