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김사율은 롯데 자이언츠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해 20세이브를 거두며 양승호 감독 체제 하에서 새로운 마무리투수로 입지를 굳힌 그는 올 시즌 34세이브를 기록, 롯데 31년 역사상 최다 세이브를 올렸다.
양 감독의 굳건한 믿음으로 올 시즌 내낸 롯데의 뒷문을 지켰던 김사율이지만 막판 부진으로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9월 들어 구위가 떨어져 1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4.50으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그러자 양 감독도 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마무리투수 기용법을 바꿨다. 정규시즌 중에는 무조건 김사율에게 맡겼다면, 포스트시즌에는 좌타자가 많으면 김사율, 우타자가 많으면 정대현으로 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롯데는 준 플레이오프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잡아내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뒀다. 그 과정에서 롯데의 뒷문을 지킨 건 김사율이 아닌 정대현이었다. 정대현은 2경기 모두 세이브를 거뒀고, 김사율은 1차전 동점이던 9회 등판해 1이닝을 막고 승리투수가 된 것에 만족해야 했다.

시즌 내내 지켰던 마무리 자리를 포스트시즌 들어와 놓쳤지만 김사율은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감수할 수 있다는 반응이었다. 9일 준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사율은 "마무리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마은두에 올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사율은 마무리투수가 힘든 점으로 단 1점도 허용하면 안될 때였다면서 "이제는 동점까진 괜찮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역전만 안 당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인데 그렇게 던지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김사율이 마운드에 올랐을 땐 실점이 곧 패배로 직결되는 상황이었다. 5-5로 맞선 9회말 최대성에 이어 무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김사율은 희생번트와 뜬공, 그리고 볼넷으로 1사 1,2루까지 몰렸다. 여기서 김사율은 김현수에 끝내기 안타가 될 뻔한 타구를 맞았으나 박종윤의 환상적인 수비 덕분에 병살로 이닝을 마쳤고, 결국 롯데는 연장승부 끝에 역전승을 거뒀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사율은 "희생번트가 나올 건 예상했다. 오재원과 김현수가 나오니 볼넷을 줘도 된다는 편한 마음으로 승부를 했다. 그러다 맞으면 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며 "볼카운트 몰리면 맞을 확률이 떨어진다. 자신있게 던졌는데 종윤이 덕분에 잘 막았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단 1점이면 경기가 끝나는 무사 1루, 분명 부담스러운 상황임엔 틀림없다. 김사율은 같은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 지난달 24일 대구 삼성전에서 1-0으로 앞선 9회 무사 1루서 마운드에 오른 김사율은 몸에 맞는 볼-안타에 이어 박한이에 끝내기 2루타를 맞고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마침 준 플레이오프 1차전도 같은 상황, 게다가 1루에 주자를 남겨 둔 투수가 최대성이라는 점도 똑같았다. 이에 김사율은 "내가 잘 안되더라도 뒤에서 대현이 형이 막아 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뒤에 누군가 있는 게 큰 힘이 된다"며 웃었다.
김사율은 준 플레이오프에서 정대현과 더블 스토퍼로 나설 전망이다. 고정 마무리에서 물러난 김사율이지만 주장으로서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자리도 관계 없다는 게 그의 반응, 이미 정규시즌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그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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