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벼랑 끝' 두산, 천적 사도스키 넘을 수 있을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0.11 06: 44

3년 간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포심 구속과 비슷하게 날아가지만 움직임은 슬라이더급인 컷 패스트볼에 그대로 현혹되어 희생양이 되기 일쑤였다. 준플레이오프 첫 두 경기 패배로 벼랑 끝까지 몰린 두산 베어스가 '천적' 라이언 사도스키(30, 롯데 자이언츠)를 과연 넘을 수 있을 것인가.
두산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4개월 전 자신들이 트레이드한 포수 용덕한에게 결승 솔로포를 내주고 1-2로 패했다. 이미 8일 연장 접전 끝 5-8로 패한 두산은 2패를 떠안으며 남은 경기 중 한 번만 더 패하면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롯데에게 넘겨주게 된다.
2009년과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각각 1패 후 3연승, 2패 후 3연승으로 뒤집기에 성공했던 두산이지만 그 때와 지금의 전력은 확실히 다르다. 선발진은 확실히 강해졌으나 타선의 위력이 급감했고 무엇보다 26인 엔트리 중 처음 포스트시즌을 경험하는 선수들이 무려 11명이다. 더스틴 니퍼트와 스콧 프록터는 메이저리그 시절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손 쳐도 처음 포스트시즌 열기를 체험하는 국내 선수들이 많다.

여러모로 두산에 불리한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두산을 상대로 진 적이 없는 사도스키가 상대 선발이라는 점. 올 시즌 사도스키는 29경기 8승 8패 평균자책점 4.32로 다소 아쉬움을 비췄으나 두산을 상대로는 3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13으로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올해만이 아니다. 2010년 5월 8일 두산과의 첫 대결에서 7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뒀던 사도스키는 2010년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도 승리는 없었으나 평균자책점 2.16으로 호투했다. 2011년도 사도스키는 3승 무패 평균자책점 3.33으로 제대로 웅담을 뽑아먹었다. 그해 시즌 도중 퇴출 위기에서 고비마다 사도스키를 살려준 팀이 바로 두산이었다.
특히 사도스키의 가장 큰 장점은 컷 패스트볼의 무브먼트에 있어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는 점이다. 뉴욕 양키스의 막강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의 주무기로도 유명한 컷 패스트볼은 슬라이더와 비슷하게 투수가 던지는 팔 스윙과 순방향으로 변하지만 구속이 빠른 대신 옆으로 변하는 움직임은 슬라이더보다 약하다.
그러나 사도스키의 컷 패스트볼은 움직임만 보면 거의 슬라이더급이다. 게다가 사도스키의 구위가 좋을 때는 컷 패스트볼의 구속이 141~145km에서 형성된다. 파워피처가 아닌 사도스키임을 감안하면 똑같은 투구폼에서 직구와 비슷한 빠르기로 날아들지만 확연히 다른 공인 만큼 타자가 공략하기 쉽지 않다. 선수 본인은 "공을 놓으면서 검지와 중지를 붙여 포인트를 형성한다"라는 말로 자신의 컷 패스트볼을 설명했다.
가뜩이나 분위기도 좋지 않은 데 천적까지 만난다. 예전부터 두산 타자들은 사도스키에 대한 분석 자료를 받아왔으나 정작 이를 경기력으로 이어가지 못한 감이 컸다. 직구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휘두르면 사도스키의 컷 패스트볼은 배트 밑부분을 맞고 그저 내야에 구르는 땅볼이 되기 일쑤였다. 이적생 오재일이 7타수 3안타 1타점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으나 1차전에서 손아섭의 번트를 수비하던 도중 투수 김강률과 충돌해 생긴 정강이 타박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다.
'두목곰' 김동주도 6타수 2안타로 강점을 비췄으나 그는 엔트리에 없다. 그나마 정상적인 활약이 기대되는 주전 포수 양의지가 6타수 2안타로 강했을 뿐 다른 타자들은 사도스키에게 약한 면모를 보였다. 현재 상태에서 두산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지난 두 번의 뒤집기 전력 뿐이다. 분위기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천적이 나오는 3차전마저 패퇴해 시리즈를 마감한다면 두산 선수단은 팬들의 비난과 냉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기존 주전들이 없어서 지는 팀이라는 오명까지 듣게 된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돋보이는 선수들도 많은 가운데 이는 결코 달갑지 않은 평이고 선수들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여러모로 불리한 여건 속 두산은 과연 투지를 발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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