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사직의 두 기억' 이용찬, 무엇을 재현할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0.11 06: 46

데뷔 후 세 번의 완투 중 두 번을 달성한 약속의 땅. 그러나 한 번이 기분좋은 완봉승이었던 반면 한 번은 뼈아픈 완투패였다. 두산 베어스의 젊은 우완 에이스 이용찬(23)은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어떤 경기를 재현할 것인가.
이용찬은 올 시즌 개막부터 종료까지 풀타임 선발로 뛰며 10승 11패 평균자책점 3.00의 호성적을 올렸다. 162이닝을 던지며 선발로서 최소 기본소양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17번이나 해냈다. 타선 지원이 아쉬워 고개를 떨구기도 했으나 어쨌든 자신이 나선 선발 등판 경기는 대부분 확실하게 책임지며 소년 가장과도 같은 모습을 보인 선발 이용찬이다.
팀이 첫 두 경기를 모두 내주며 위기에 몰린 가운데 이용찬은 팀을 구하기 위해 운명의 3차전에 나선다. 절대 질 수 없는 경기인 만큼 이용찬의 책임이 막중하다. 올 시즌 이용찬은 롯데를 상대로 3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1.07로 뛰어난 성적을 올렸고 사직구장에서도 1승 1패 평균자책점 1.06으로 쾌조의 투구를 선보였다.

그런데 사직구장에서의 2경기가 모두 완투 경기였음을 주목할 만하다. 지난 8월 25일 이용찬은 상대 좌완 에이스 셰인 유먼과 대결해 8이닝 7피안타 2실점으로 결코 뒤지지 않는 명투수전을 펼쳤으나 결과는 패전으로 돌아왔다. 팀이 유먼에게 막혀 단 1점을 뽑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무기가 된 포크볼을 거침없이 던지며 롯데 타선을 막았으나 완투로서 자기 몫 이상을 했음을 위안삼아야 했다.
그러나 9월 11일 사직에서 이용찬은 데뷔 첫 완봉승으로 환하게 웃었다. 상대 선발은 당시 상승세를 타던 베테랑 이정민이었으나 이용찬은 아랑곳없이 자기 공을 던지며 롯데 타선을 제압했다. 9이닝 4피안타(탈삼진 11개) 무실점으로 특히 9회말 맞은 만루 위기를 스스로 이겨내며 완봉승을 따냈다는 점은 높이 살 만 했다.
물론 포스트시즌인 만큼 이용찬이 완투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면 끝이라 이용찬이 위기를 자초할 경우 두산은 투수진 가용 인원을 3차전에서 모두 쏟아 붓는 책략까지 쓸 전망이다. 그러나 상대 선발 투수가 최근 3년 간 두산에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천적 라이언 사도스키(30)다. 가뜩이나 2차전 1득점에 고비마다 자멸하는 경기력으로 기세가 꺾인 두산 타선인 만큼 이용찬은 자기 공을 확실히 믿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버티기에 나서야 한다.
"선발로서 첫 포스트시즌에 긴장하지 않겠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내가 가진 주무기를 최대한 활용해 롯데 타자들을 상대하겠다"라는 출사표를 던진 이용찬. 두 번의 완투 경기에서 희비가 엇갈렸던 이용찬은 벼랑 끝에 선 팀을 구하는 이닝이터가 될 수 있을까.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