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뒤집는 것은 한 순간이다.
시리즈 전적 2패로 벼랑 끝에 몰린 두산이 반격을 노리고 있다. 11일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치르는 두산은 ‘AGAIN 2010’, 또 한 번의 역스윕을 달성하려한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시리즈 역시 흐름에 의해 승패가 좌우된다. 두산은 2010시즌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롯데에 내줬지만 3차전부터 내리 3연승, 프로야구 역사상 4번째 시리즈 뒤집기에 성공했었다.

당시 두산은 필승조 정재훈이 1차전 전준우, 2차전 이대호에게 결승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지는 듯했다. 정규시즌 8개 구단 최고의 화력을 자랑했던 롯데 타선은 포스트시즌에서도 그 위력을 그대로 발휘, 두산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화끈한 홈런포로 시리즈의 흐름을 잡은 채 플레이오프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롯데로 치우쳤던 흐름이 3차전부터 두산쪽으로 요동쳤다. 두산은 4회초 0-2로 뒤진 상황에서 이종욱이 롯데 선발투수 이재곤에게 솔로홈런을 쳤다. 시즌 내내 이재곤에게 호되게 당했었던 두산은 이종욱의 준플레이오프 첫 번째 홈런을 시작으로 타선이 터졌다. 무사 만루에서 롯데 3루수 이대호의 실책까지 나오며 3-2 역전, 이원석과 오재원의 적시타까지 더해 5-2로 달아났다. 이미 흐름은 두산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롯데도 반격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1점차로 추격했지만 6회말 전준우의 타구가 좌측 외야 애드벌룬에 맞고 플라이아웃 판정이 내려졌다. 경기장 시설물까지 롯데의 앞길을 막았고 롯데는 불길함 속에 두산에 반격의 여지를 내줬다.

3차전 홈런과 함께 공격력이 살아난 두산은 4차전 호수비로 롯데 타선을 봉쇄, 공수가 동시에 살아나면서 사실상 시리즈를 종료시켰다. 두산은 한 점차로 리드하던 4회말 2사 만루 위기에서 조성환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2루수 오재원이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고 5회말에는 이종욱이 홈송구로 2루 주자 이대호를 태그아웃 시켰다. 두산은 4차전에서 11-4로 대승했고 5차전도 11-4 낙승, 3차전 이종욱의 홈런포 ‘한 순간’을 발판 삼아 거대한 파도를 일으켜 시리즈를 가져갔다.
다시 시계를 2012년으로 돌리면 여러 상황이 2년 전과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롯데가 승리한 1, 2차전 경기 내용이 거의 판박이다. 2년 전 정재훈에게 결승 홈런포를 날린 것처럼 올해는 필승조 홍상삼에게 1차전 동점 홈런과 2차전 결승 홈런포를 때렸다. 3차전 선발투수가 천적으로 내정된 것도 마찬가지. 3차전 롯데 선발투수 사도스키는 2년 전 이재곤처럼 정규시즌 두산에 강했다. 사도스키는 두산을 상대한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18을 기록하며 두산을 상대로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다.
현재 흐름은 롯데가 쥐고 있다. 1, 2차전을 이긴 팀이 시리즈를 가져갈 확률은 95%에 이른다. 롯데는 두산에 반격의 틈을 허용하지 않고 3차전도 잡아 조기에 시리즈를 종료시키려 한다. 반대로 두산은 2년 전처럼 시리즈의 향방을 가를 ‘한 순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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