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 예뻐서 기회를 주겠나".
올해 통산 3000루타-2000안타-1000타점 대기록을 세운 한화 장성호는 지난 1996년 고졸 신인으로 해태에 입단하자마자 1군 기회를 잡았다. 당시 해태 사령탑은 김응룡 감독. 장성호는 "아무 것도 보여준 것이 없는 나를 믿고 기용해 주셨다. 지금도 뭘 믿고 내게 기회를 주셨는지 모르겠다. 지금 이렇게 기록을 많이 쌓았으니 그 분의 선수 보는 안목이 정말 뛰어나신 것"이라고 웃었다.
2000년 해태를 끝으로 삼성으로 떠난 김응룡 감독은 12년 만에 한화에서 장성호와 다시 함께 하게 됐다. 김 감독은 "내가 뭐 예뻐서 장성호에게 기회를 줬겠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볼 때 가능성이 있으면 누구든지 기회를 주고 키운다"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는 실력주의를 다시 한 번 선언한 것이다.

이어 김 감독은 '20대 FA'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고교를 졸업한 어린 선수들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바로 뛰어야 한다. 내가 20대 FA를 많이 키웠다. 홍현우·장성호·정성훈 모두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1군 기회를 줬다. 모두 20대에 FA가 되지 않았나"며 "가능성만 보이면 기회를 많이 주고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태 시절부터 김응룡 감독은 가능성 보이는 선수를 과감하게 키우고 길러냈다. 한화가 기대하는 부분도 바로 이 대목. 김 감독은 "한화의 전력이 처진다. 투수력·타력·수비력 모두 다 약하다"며 "외부에서 쓸 만한 선수를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그럴 수 없다. 결국 젊은 선수를 키워내야 강팀이 된다"고 강조했다.
2년 만에 최하위가 된 한화는 최근 4년간 3번이나 최하위자리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을 얻는 등 젊은 선수들을 꽤 확보했다. 투수진에서는 김혁민·안승민·유창식, 야수로는 오선진·정범모·하주석 등이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점진적으로 세대교체 중이고 김 감독 체제에서 더욱 강화될 전망.
김 감독은 "하루빨리 단련시켜 보완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왔다고 해서 좋아할 선수들이 있으려나 모르겠다"고 껄껄 웃어보였다. 남다른 선수 보는 안목과 과감한 선수기용을 자랑하는 김 감독이 최하위 한화에서도 젊은 선수들을 키워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20대 FA가 또 하나 탄생할지도 한 번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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