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험한 관계’의 연기파 장동건과 멜로영화의 거장 허진호 감독의 만남, 더 이상 무슨 표현이 필요할까.
장동건과 허진호 감독의 앙상블은 부드러우면서도 거칠었다. 장동건은 허진호 감독을 통해 멜로의 황제, 치명적인 옴므파탈로 태어났고 허진호 감독은 장동건을 통해 관객들을 다시 한 번 멜로의 깊은 감성으로 몰아넣었다.
‘위험한 관계’는 상하이의 모든 여성을 정복한 플레이보이 셰이판(장동건 분)과 돈과 명예, 미모까지 겸비한 상하이 최고의 신여성 모지에위(장백지 분)가 정숙한 미망인 뚜펀위(장쯔이 분)의 사랑을 놓고 위험한 내기를 하면서 이들의 은밀한 관계가 시작된다.

장동건은 ‘위험한 관계’로 모범생의 이미지를 확실히 버릴 것으로 보인다. 극 중 사랑이라고는 믿지 않은 채 여성을 그저 정복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플레이보이 셰이판으로 분한 장동건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웃고 뚜펀위에게 무심한 듯한 태도를 취하거나 묘한 눈빛으로 여인들을 바라보는 나쁜남자의 면모를 드러내는 것만으로 가슴을 뛰게 만든다.
장동건의 나쁜남자 매력이 이것뿐이라면 괜히 ‘위험한 관계’가 아니다. 장동건이 뚜펀위를 비롯해 여성을 유혹하는 모습은 숨을 죽이고 봐야할 정도로 아찔하고 아슬아슬하다. 뚜펀위가 자신에게 넘어오도록 교묘하게 작전을 짜고 뚜펀위와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아찔함을 연출하며 아슬아슬한 감정선을 오간다.
허진호 감독은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를 여섯 번째로 영화화 했다. 한국에서는 이재용 감독이 가장 먼저 ‘위험한 관계’를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됐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 등 국내를 대표하는 멜로를 연출해온 허진호 감독은 ‘위험한 관계’에서 좀 더 강렬한 멜로를 선보인다.
기존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보다 멜로적인 감성이 많이 더해졌다. 셰이판과 모지에위의 관계가 더욱 멜로적으로 변화했고 세 인물의 관계가 좀 더 절절해지고 농익어지는 등 드라마틱한 분위기가 강해졌다.
장동건은 나쁜남자와 순수한 사랑에 빠진 남자의 경계를 오가며 한층 다이내믹해진 허진호의 멜로를 표현, 올 가을 관객들을 진한 감성에 빠지게 할 예정이다.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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