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타선의 핵은 역시 (김)현수 형이라고 생각한다. 현수 형을 제외하면 장타를 칠 사람도 별로 없더라".
있었다. 김현수 말고도 홈런을 때리는 타자가 있었다. 한때 두산 베어스 ‘김동석 클린업’의 한 축으로 활약했으나 올 시즌 극심한 부진으로 인해 출장 기회를 잃었던 최준석(29)이 있었다.
최준석은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친정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1-0으로 앞선 2사 1루에서 상대 선발 라이언 사도스키의 커브(120km)를 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으로 연결했다. 두산 선발 이용찬이 흔들리며 2회말 2실점으로 6회까지 3-2 박빙 경기가 펼쳐졌음을 감안하면 최준석의 투런은 가치가 컸다. 팀은 후반 추가점 속 7-2 승리를 거두며 2연패 후 1승을 거뒀다.

특히 준플레이오프가 열리기 전 7일 미디어데이에서 롯데의 최다안타왕 손아섭이 던진 농과 관련하면 더욱 최준석의 홈런포는 흥미롭다. 손아섭은 미디어데이의 긴장감을 풀기 위해 "두산 타선의 핵은 역시 (김)현수 형이라고 생각한다. 현수 형을 제외하면 장타를 칠 사람도 별로 없더라"라는 농을 던졌다. 단순한 농담이었으나 두산 쪽에서 생각하기는 분명 자극이 되는 이야기였다.
김현수-김동주-최준석으로 이어진 김동석 트리오 중 1,2차전 선발 라인업에 선 타자는 김현수 뿐이었다. 팀 타선의 상징이던 김동주는 허벅지 부상 등이 겹치며 2군에서 시즌을 마쳤다. 여기에 최준석은 올 시즌 극심한 슬럼프 속 2할5푼 6홈런 30타점에 그쳤다. 2년 전 3할2푼1리 22홈런 82타점으로 타선 한 축을 담당한 동시에 1루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던 최준석임을 감안하면 성적 추락의 여파가 컸다.
그러나 최준석은 준플레이오프 첫 선발 라인업 합류 첫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냈다. 비록 사도스키의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제대로 당겨치는 스윙을 한 것은 최준석의 힘이 식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손아섭의 농 섞인 도발과 달리 두산에는 홈런을 칠 타자가 ‘있었다’.
farinelli@osen.co.kr
부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