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 감독님, 캐릭터 잡아 주셔서 감사하다".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는 환상적인 호수비, 그리고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3루타 까지.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재원(27)이 준 플레이오프 3차전의 '미친 선수'가 됐다.
오재원은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6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2개의 볼넷과 한 개의 몸에 맞는 볼로 사사구 출루 3회에 성공한 것은 물론 7회초에는 중견수 키를 넘는 2타점 3루타로 6-2를 만들었다. 팽팽했던 경기에 추를 확실하게 기울인 쐐기타였다.

이날 오재원의 맹활약을 앞세운 두산은 롯데를 7-2로 제압하고 2연패 뒤 1승을 거뒀다. 반격의 실마리를 마련한 두산은 승부를 4차전 까지 끌고갔다. 또한 3개의 사사구 포함 2타수 1안타 2타점으로 활약을 펼친 오재원은 경기 MVP로 선정돼 상금 100만원과 100만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을 거머쥐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재원은 호수비 장면에 대해 "나름대로 준비가 돼 있었다. 수비 시프트를 왼쪽으로 잡고 갔는데 오른쪽으로 타구가 왔다. (글러브로 토스를 한 것은) 그 자세밖에 안 나왔다"면서 "잠실이었으면 (호수비에) 함성이 나왔을텐데 안 나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미디어데이 때 롯데 양승호 감독은 오재원을 두고 "미치면 안 되는 선수다. 오재원이 정신을 차리고 경기를 하면 좋겠다"고 그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오재원은 "양승호 감독님, 내 캐릭터를 잡아 주셨다. 못 했으면 묻히는 건데 감사하다"는 여유도 보였다.
현재 두산 내야는 주전 유격수 손시헌이 빠졌지만 탄탄한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오재원은 "(손)시헌이 형이 수비 시 위치도 잡아주고 대화도 많이 나눈다. 그렇지만 (김)재호도 와서 잘 해준다. (이)원석이야 워낙 수비를 잘 한다"고 동료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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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대선 기자,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