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이란 원정길서 박주영(27, 셀타 비고)이 비상할 수 있을까?.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17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을 치른다.
지독한 악연을 만났다. 한국은 지난 1974년 아시안게임서 처음으로 이란 원정길에 올라 0-2 패배를 맛봤다. 이후 38년간 이란 원정서 승리를 신고하지 못하며 2무 2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역대 전적서도 9승 7무 9패로 팽팽하다.

8회 연속 본선행을 가늠할 수 있는 경기다. 이란전을 통해 최종예선의 반환점을 돈다. 한국은 이후 남은 4경기 중 3경기를 안방에서 맞이한다. 지난 6월 홈에서 3-0으로 물리쳤던 레바논전이 유일한 원정경기다. A조 1위(2승 1무)에 올라있는 한국이 2위 이란(1승 1무 1패)의 모래바람을 잠재울 경우 본선행의 9부 능선을 넘는다. 패배할 시 안갯속 형국으로 치닫는다.
박주영이 선봉에 선다. 경기장 안팎의 홍역을 뒤로 하고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지난해 여름 청운의 꿈을 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 명문 클럽 아스날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며 선수 생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병역 문제로 많은 국민의 비난에 직면했다. 소통을 거부하자 파문은 더 크게 일었고, 부동의 주전 공격수였던 A대표팀서도 외면을 받았다. 한국이 낳은 천재 스트라이커는 그렇게 나락의 길로 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올림픽을 앞두고 스승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아 국민들과 소통하며 꼬인 실타래를 한 올씩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2 런던올림픽을 통해 그간의 아픔을 깨끗이 씻어냈다. 스위스와 조별리그 2차전서 선제골을 작렬하며 2-1의 승리를 이끌더니 3-4위전서 '영원한 숙적' 일본을 상대로 환상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개인 능력으로 수비수 3~4명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통쾌한 골이었다. 한국 축구 사상 첫 메달의 영광과 함께 병역 면제의 혜택도 받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던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아스날의 아픔을 딛고 올 여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임대 이적을 통해 탈출구를 모색했다. 그리고 스페인 무대 데뷔 두 번째 경기였던 헤타페전서 후반 교체투입 3분 만에 결승골을 작렬, 2-1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후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주전 공격수로서 입지를 다졌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현지 언론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무대를 바꿔 A대표팀서도 날아오를 채비를 마쳤다. 지난 우즈벡전서 17분 출전에 그쳤기에 동기부여도 명확하다. 아시아지역 3차예선 6경기서 8골을 기록하며 최종예선행의 일등 공신 노릇을 했지만 정작 본인이 만들어 놓은 무대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A대표팀의 주축 공격수로서 확고했던 입지를 다시금 구축해야 한다.
때마침 최강희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이동국(전북)이 체력과 경기력 저하 등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변이 없는 한 그 자리는 박주영이 차지할 공산이 크다. 어깨는 무겁다. 명운이 걸린 경기다. 지난 우즈벡전의 졸전을 만회해야 한다. 최강희호 선수들 중 이란전서 유일하게 골맛을 본 이동국도 대표팀에 없다. A매치 59경기서 23골을 넣은 박주영의 역할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손흥민(함부르크), 이근호, 김신욱(이상 울산)도 소속팀서 수직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 든든한 지원자를 등에 업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좌우 날개 김보경(카디프시티), 이청용(볼튼)도 언제든 칼날 크로스를 배달할 수 있는 출중한 자원이다.
A대표팀서도 부활할 수 있을까? 그간의 설움을 떨쳐낸 박주영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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