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소비자 프로그램 ‘불만제로’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성격을 가미해, 고발성을 유지하면서도 흥미를 유발했다.
지난 11일 오후 11시 15분에 방송된 ‘불만제로 UP’은 지난 4월 노조의 파업으로 방송이 중단된 후 ‘불만제로’가 6개월 만에 돌아오면서 이름을 바꿔단 프로그램.
2006년 9월 첫 방송된 후 7년여간 대표적인 소비자 권익 보호 프로그램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불만제로’는 한때 폐지설이 돌았지만 이번에 방송을 재개하면서 이성배 아나운서와 함께 MC 남희석을 내세웠다. 바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혼합한 것.

날카로운 고발로 소비자 권익 보호 프로그램의 정통성을 유지하는 한편, 개편 전 다소 무거웠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정보를 제공하는데 있어서 톡톡 튀는 방식을 선택하기 위한 제작진의 선택이었다. 일단 첫 방송만 봤을 때는 성공적이다. 남희석의 유쾌한 진행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밝은 분위기의 스튜디오와 방송 자막은 재미를 선물했다.
물론 대표적인 코너인 ‘제로맨이 간다’는 소비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실태를 전하면서 충격을 선사했다. ‘일밤-신입사원’을 통해 선발된 김대호 아나운서의 열혈 취재 본능 속 60여개의 달하는 어린이집 통학차량 가운데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경우는 극히 소수이라는 실험 결과가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로 구성된 소비자 대표단과 전문 법률 자문단의 시원한 일침은 경각심을 일으켰다.
여기에 흥미를 중무장한 새로운 코너 두 개가 눈에 띄었다. 우선 방송인 사유리가 함께하는 실험 코너인 ‘고소한 실험’은 평소 궁금했지만 누구 하나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았던 호기심을 해결하는 기상천외한 실험을 하는 구성. 첫 방송만 봤을 때는 사소하지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진은 침대 광고에 등장하는 탄력 있는 매트리스가 실제로도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주변 물건들이 손상되지 않는지 실험을 하고 해당 제품의 관계자의 해명을 들으면서 평소 시청자들이 궁금했던 정보를 제공했다. 또한 싼 게 비지떡이라는 편견과 달리 값싼 건전지도 오랫동안 쓸 수 있다는 쏠쏠한 실험 결과는 시청자들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다.
두 번째 ‘불만의 재구성’은 소비자가 직면하는 문제를 ‘불만가족’의 재연을 통해 풀어보는 코너. 법률 자문단의 조언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 코너 역시 ‘고소한 실험’과 마찬가지로 재밌는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는데 성공했다. 한우가 아니면 1억원을 준다는 한우 전문점이 도매업자에게 속아 수입우를 팔았을 경우 소비자에게 1억원을 줘야하는지에 대해 토론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듯 '불만제로 UP'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실현하는 한편, 흥미로운 구성으로 개편한다는 의도가 첫 방송부터 상당 수준 이뤄졌다.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며 고발성 프로그램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혼합한 시도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불만제로'가 휴지기를 가졌던 6개월간 떠났던 시청자들을 다시 잡는 것.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의 효시 '불만제로'가 새롭게 이름을 바꾸고 다시 명성을 떨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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