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전까지는 침묵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4차전에 대한 기대치가 커지고 있다. 임재철(36·두산)과 전준우(26·롯데)가 4차전 향방의 열쇠를 쥔 선수로 떠오르고 있다.
올 시즌 준플레이오프는 예상치 못한 선수의 손에서 경기가 좌우되는 경향이 심하다. 1차전에는 대타로 나서 동점 2점 홈런을 때린 박준서(롯데)가 빛났다. 2차전은 9회 1사에서 결승 솔로 홈런을 친 용덕한(롯데)이 주인공이었다. 3차전은 1·2차전에 나서지 않았던 최준석(두산)이 기선을 제압하는 2점 홈런을 쳤다. 서로에 대한 전력분석이 모두 끝난 가운데 의외의 곳에서 튀어나온 송곳이 상대의 아픈 곳을 찔렀다.
2010년 준플레이오프도 그랬다. 당시의 주인공이 전준우와 임재철이었다. 전준우는 1차전에서 결승 솔로 홈런을 친 것을 비롯,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21타수 10안타(.476) 2홈런을 기록했다. 이에 맞서는 두산은 임재철의 맹활약에 힘을 얻으며 시리즈를 뒤엎었다. 임재철은 14타수 5안타(.357)를 기록하며 팀 전력에 양념을 제대로 쳤다. 여기에 호수비까지 선보이며 두산의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올해는 아직까지 잠잠하다. 전준우는 3경기에 모두 나왔지만 9타수 1안타(.111)에 그치고 있다. 삼진이 세 개나 된다. 3차전에서는 4회 주루 플레이 미숙으로 3루에서 아웃되며 팀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준우가 키 플레이어”라던 양승호 롯데 감독의 발언이 무색할 지경이다.
임재철도 상황은 좋지 않다. 정수빈의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3경기에서 9번 타석에 들어서는 동안 아직 안타가 없다. 3차전에서는 선발 명단에서 빠지기도 했다. 수비는 여전히 뛰어나지만 타격에서 좀처럼 활로를 열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다. 결국 두 선수가 스스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일발장타력이 있는 전준우는 롯데 외야의 핵심이기도 하다. 임재철도 마찬가지다. 정수빈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3차전 선발로 들어섰던 민병헌도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군에서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라 아직은 실전감각의 부족함이 드러났다. 경험 많은 임재철의 부진 탈출이 중요해졌다.
일단 조금씩 감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전준우는 4회초 1사에서 양의지의 타구를 전력으로 따라간 끝에 미끄러지며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곧이어 4회말 공격에서는 이번 준플레이오프 들어 첫 안타를 쳤다. 이용찬의 커브를 잘 받아쳐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임재철도 1회 1사에서 박종윤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잘 잡았고 곧이어 홈으로 쇄도하던 3루 주자 조성환까지 잡아냈다. 어느 정도의 집중력은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위타선에서는 김재호 홀로 분전하고 있기에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했던 임재철이 짐을 나눠들 필요가 있다. 둘 중 누가 먼저 터지느냐는 남은 시리즈에서 지켜봐야 할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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