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악몽의 재현? 쫓기는 롯데에게 필요한 것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12 06: 46

 분위기가 묘해졌다. 2010년의 악몽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다.
1·2차전을 역전승으로 장식하며 플레이오프를 목전에 뒀던 롯데는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3차전에서 2-7로 지며 일보 후퇴했다. 여전히 2승1패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쫓기는 신세가 됐다. 게다가 2010년의 아픔이 있는 롯데다. 당시 롯데는 두 경기를 먼저 잡고도 3경기를 내리 내주며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공교롭게도 판도가 그 당시와 흡사하게 돌아가고 있다. 3차전에서 롯데는 몇 차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끝에 경기를 내줬다. 두산의 발야구에 휘둘렸다는 점, 홈런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내줬다는 점, 오재원의 호수비가 나왔다는 점, 어이없는 주루사로 흐름을 내줬다는 것까지 모두 비슷하다. 분위기가 좋았던 시점에서 예전의 기억이 엄습하고 있다. 롯데 선수들을 압박하기에 충분한 요소들이다.

만약 4차전마저 내줄 경우 또 한 번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2010년 당시도 그랬다. 3차전에서 5-6으로 아쉽게 진 롯데는 4차전에서도 대등한 경기를 했다. 5회까지는 2-2로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6회 용덕한에게 결승타를 내줬고 9회에는 정수빈의 3점 홈런 등으로 무려 8점을 주며 완전히 무너졌다. 4차전을 통해 시리즈의 분위기는 완전히 두산으로 넘어갔고 흐름은 5차전까지 이어졌다. 이를 생각하면 롯데는 반드시 4차전에서 인천행 티켓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결국 냉정과 열정 사이를 지키는 정신력이 가장 큰 관건으로 떠오른다. 롯데는 3차전을 앞두고 “방심하지 말자”라는 주문을 입에 달았다. 그럼에도 막상 경기에 들어가자 다소 흥분했다. 1회와 4회 나온 조성환 전준우의 아쉬운 주루 플레이는 냉정하지 못했던 대표적인 사례였다. 경기 중·후반에는 타석에서의 조급함도 엿보였다. 역시 경기 초반 보여줬던 냉정함을 잃은 결과였다. 두산이 좀 더 편하게 경기 후반을 끌고 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경험부족은 핑계다. 롯데는 2008년 이후 5년 연속 가을야구를 하고 있다. 상대 두산보다 개개인의 포스트시즌 경험은 더 위다. 큰 경기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하는 냉정함이 필요한 때다. 몸을 날리는 호수비와 거침없는 주루 플레이 등의 열정도 냉정함이 바닥에 깔려 있을 때 좀 더 빛나기 마련이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긍정적인 면도 발견했다. 롯데는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7로 졌다. 6-6으로 맞선 9회 1사 만루에서 손아섭의 병살타로 점수를 내지 못했고 끝내 연장 10회 정상호에게 홈런을 맞으며 무너졌다. 충격이 큰 경기였다. 하지만 2차전을 잡으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던 롯데다. 선발 송승준이 호투했고 팽팽했던 흐름에서 전준우 강민호가 홈런을 치며 예민한 집중력을 과시했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1차전에서 아쉽게 져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3차전 영봉패 후에도 4차전에서 다시 일어섰다. 비록 시리즈에서는 졌지만 그때 팀에 힘이 붙었다고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과연 롯데는 두산의 공세에 휩쓸리지 않고 시리즈를 4차전에서 끝낼 수 있을까. 4년간 계속 지면서 얻은 것이 하나도 없지는 않았을 터다. 이제는 쌓았던 내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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