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준 플레이오프는 4차전까지 가게 됐다. 잠실 2경기와 사직 1경기 모두 매진될 정도로 흥행몰이에는 확실히 성공한 모습이다.
그렇지만 경기내용을 돌이켜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1차전은 양 팀 합계 실책만 5개가 나오는 등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미스 플레이가 속출했다. 특히 롯데는 5회 한 이닝에만 실책 3개를 연달아 범하면서 4실점,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야구 관계자들은 실책을 하더라도 실점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포스트시즌과 같이 큰 경기에선 실책이 평소보다 더 큰 균열을 가져온다. 모두들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동료 선수가 실책을 범하면 마치 전염병같이 동료 선수들도 움직임이 굳어지게 된다.

조성환이 평범한 땅볼을 놓치면서 시작된 실책 릴레이는 병살 플레이 시 악송구로 이어졌고, 결국 호투하던 선발투수 송승준도 1루에 견제실책을 저질러 롯데의 수비 붕괴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두산 역시 1차전 수비에서 무너졌다. 5-5로 맞선 연장 10회 무사 2루, 박준서의 번트 타구는 투수 앞으로 약간 떴다. 침착하게 처리하면 타자주자는 충분히 잡을 수 있었지만 투수 김승회는 헛된 다이빙캐치 시도로 주자를 모두 살려줬다. 또한 손아섭의 스퀴즈 때 투수와 1루수는 충돌을 해 주자가 모두 홈까지 들어왔다.
2차전은 양 팀의 호수비 릴레이가 펼쳐진데다 팽팽한 투수전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11일 사직구장에서 가진 3차전, 다시 두 팀은 미스플레이의 연속을 보였다. 시작은 롯데, 0-3으로 뒤진 1회 1사 만루의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박종윤의 우익수 뜬공 때 3루 주자 조성환은 타구판단 착오로 홈에서 아웃됐다. 순식간에 롯데의 분위기를 끊는 플레이였다.
다음 차례는 두산 선발 이용찬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 선발로는 첫 등판을 한 이용찬은 긴장을 한 탓인지 2회 2사 1,3루에서 투구동작에 들어갔다가 글러브에서 공을 떨어뜨리는 황당한 실수를 했다. 김풍기 구심은 곧바로 이용찬의 보크를 선언했고,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흔들린 이용찬은 김주찬에 적시타까지 맞아 경기를 어렵게 끌고갔다.
롯데는 한 점차로 뒤지던 4회 선두타자 전준우가 2루타를 치고 나가며 포문을 열었다. 황재균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3루에서 타석에 선 용덕한이 스퀴즈 번트를 시도하려다 방망이를 뺐다. 이때 리드 폭을 길게 가져갔던 3루 주자 전준우가 포수의 견제에 잡혀 아웃으로 처리됐다. 결국 롯데는 동점을 만들지 못한 게 치명타로 작용, 2-7로 졌다.
경기 후 롯데 양승호 감독은 4회 전준우의 견제사에 대해 "전준우가 실수를 했다. 스퀴스 사인이 나온 건 아니지만 선수들이 서로 사인을 보내 결정했다. 이때 3루 주자가 방심을 해 너무 많이 리드를 가져갔다"고 안타까워 했다.
흥행과 스코어만 놓고 본다면 두산과 롯데의 준 플레이오프는 흥미로운 시리즈다. 그렇지만 그 속을 보면 서로 실수를 주고받아 점수를 내는 모양새다. 4차전에선 다시 명승부를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