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스퀴즈는 모험이다. 모 아니면 도에 가까운 작전. 1차전에서 스퀴즈로 웃은 롯데가 3차전에서는 스퀴즈의 덫에 걸리며 추격 흐름을 잃었다.
롯데는 지난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7로 패했다. 1회 2-3으로 따라붙은 동점 흐름에서 나온 조성환의 홈 주루사로 아쉬움을 삼킨 롯데는 4회 1사 3루에서 3루 주자 전준우의 견제사로 흐름을 빼앗겼다. 용덕한의 스퀴즈 번트 모션 때 너무 깊게 리드한 전준우가 두산 포수 양의지의 총알 같은 송구에 그대로 걸려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두산 내야 수비의 긴밀한 움직임이었다. 1사 3루. 스퀴즈 번트 시도하기 딱 좋은 타이밍에 용덕한이 초구부터 모션을 취하자 두산 내야진이 일순간 전진 수비로 압박해왔다. 이원석이 3루 베이스 근처를 지켰고, 양의지의 송구를 받아 거의 자동으로 태그아웃시켰다. 두산의 스퀴즈 번트 대비가 이뤄진 모습.

1차전의 교훈이 있었다. 롯데는 1차전에서 연장 10회초 6-5로 리드를 잡은 1사 2·3루에서 손아섭이 바뀐 투수 김강률의 초구에 기습적인 스퀴즈 번트를 댔고, 당황한 두산 수비진은 그야말로 우왕좌왕했다. 투수 김강률과 1루수 오재일이 공만 따라가다 그대로 충돌했고, 충돌 후 중심을 잃은 김강률의 1루 송구 실책까지 더해지며 롯데가 2점을 더할 수 있었다. 양승호 감독의 허를 찌른 역공이 통한 결과.
누구도 예상치 못한 손아섭 스퀴즈 번트를 1차전 기선제압 성공했지만, 3차전에서 오히려 스퀴즈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손아섭과 달리 용덕한은 스퀴즈 가능성이 훨씬 높은 선수였다. 올해 롯데는 스퀴즈 번트로 득점을 올린 게 7차례인데 그 중 2개가 바로 용덕한이었다. 두산을 상대로도 지난 8월26일 2-2 동점이 된 8회 1사 1·3루에서 홍상삼으로부터 스퀴즈로 결승점을 낸 바 있다.
거듭된 스퀴즈 플레이에 두산 수비도 넋놓고 당하지만은 않았다. 롯데의 움직임을 간파한 두산의 긴밀한 내야 조직력은 4차전 이후 승부 좌우할 요소가 될 수 있다. 롯데에 스퀴즈는 분명 중요한 승부수인데 3차전 견제사로 실패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스퀴즈는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일순간 분위기가 깨진다. 3차전 롯데도 스퀴즈 실패 후 더 이상 반격의 흐름이 오지 않았다.
롯데는 1~2차전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박준서의 대타 동점 투런포와 용덕한의 연장 결승 솔로포로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봤을 때 이들이 이렇게 잘 할 줄 몰랐다. 기본적으로 해줘야 할 중심타자들의 활약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롯데의 고민이 있다. 손아섭(0.167)·홍성흔(0.250)·전준우(0.111)·조성환(0.222) 등 중심타자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스퀴즈 실패로 부담이 커진 지금 시점이야말로 그들이 쳐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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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