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부담만으로도 쉽지 않은 자리. 그런데 9번 타자로서 5할 이상의 맹타를 휘두르며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까지 만점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경기만 보면 거의 국내 최고 유격수들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주전 유격수 문규현(29)과 두산 베어스 유격수 김재호(27)의 준플레이오프 활약상이 소속팀을 이끌고 있다.
상무 시절 1년 선후배로 지내기도 했던 문규현과 김재호는 롯데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유격수로서 활발한 수비를 펼치는 동시에 가장 정확한 타격을 자랑하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동안 105경기 2할5리 17타점에 그쳤던 문규현은 준플레이오프 3경기 동안 9타수 5안타(5할5푼6리) 2타점으로 활약하며 웬만한 1번 타자보다 나은 9번 타자의 활약을 보여주는 중이다.
기존 주전 유격수 손시헌이 오른 검지 골절상으로 인해 사실상 시즌 아웃되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는 김재호의 타격도 대단하다. 페넌트레이스에서 김재호의 타격 성적은 84경기 2할1푼5리 11타점에 그쳐 팀에서도 안정된 수비를 펼쳐줬다는 데 위안을 삼았을 정도. 그러나 그 김재호의 준플레이오프 3경기 타격 성적은 11타수 6안타(5할4푼5리)로 대단하다.

문규현과 김재호 모두 현재 준플레이오프에서 팀의 리딩히터로 활약 중이다. 시리즈가 치러지기 전 양 팀도 문규현과 김재호의 방망이보다는 수비 활약에 대한 기대감과 믿음을 보였으나 수비는 기본이고 옵션으로 생각했던 공격력까지 유감없이 뽐내고 있으니 팬들도 놀랄 만 하다.
사실 문규현과 김재호는 상무 시절이던 2006년 선임과 후임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선수들. 문규현의 군번이 한 해 앞선 가운데 서로 주포지션이 유격수로 겹친 상태에서 2006년 문규현이 상무의 주전 유격수로 나섰고 김재호는 2루수로 뛴 바 있다. 김재호는 “그 때는 규현이 형의 기량이 나보다 좋았으니 팀으로서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래도 반드시 유격수로서 다시 서고 싶다는 열망도 강해졌다”라고 6년 전을 돌아보기도 했다.
이후 1군에서 제대로 된 기회를 먼저 얻은 쪽은 문규현보다 김재호가 먼저였다. 문규현은 2007시즌 강병철 당시 감독이 잠시 기회를 주기도 했으나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다시 기회를 얻기까지 상당 기간이 걸렸다. 그에 반해 김재호는 상무 제대 후 2008시즌 전반기 주전 유격수로도 뛰며 가능성을 확인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는 문규현이 롯데의 주전 유격수로 나서며 125경기 2할4푼2리 2홈런 39타점으로 활약한 반면 김재호는 손시헌의 늑골 골절상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57경기 1할8푼3리 9타점에 그쳤다. 군 제대 후 서로 엇갈린 모습으로 부침을 겪은 문규현과 김재호가 지금은 서로 팀의 주전 유격수로서 불꽃 맹타까지 보여주고 있다.
9번 타자 유격수. 서로 직함이 동일한 문규현과 김재호는 내야 수비 중심축이 되는 동시에 상위 타선으로 확실한 연결고리가 되어야 한다. 결국 이들의 활약상이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 획득 여부를 결정지을 전망. 두 불방망이 유격수 중 준플레이오프 종료 시 누가 활짝 웃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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