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국진, 역시 탁월한 달변가였다. 롤러코스터 인생 강연과 알고는 있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성(性) 교육으로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사로잡았다.
지난 11일 방송된 JTBC ‘김국진의 현장박치기’에서는 ‘어른들‘도’ 몰라요’라는 주제로 대한민국 성교육의 현주소를 체크했다. 이에 김국진은 장성규 아나운서와 서울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가 일일 성교육 선생님이 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펼쳤다.
김국진은 성교육을 해야 되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성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것도 아닐뿐더러 성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입을 떼기가 어려웠던 것.

그러나 김국진은 학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야동’(야한 동영상) 얘기를 꺼내며 강의를 시작했다. 김국진은 “나도 (야동을) 보고야 말았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얘기해 학생들의 주목을 이끌어 냈다.
야동을 본 후의 반응에 대해 “어른인 내가 봐도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잘 지워지지 않더라. 그래서 다음 날 또 봤다. 그런데 몇 번 보게 되면 야동은 본인에게 익숙한 존재가 돼버린다”며 야동의 반복적인 시청으로 생기는 내성을 설명했다.
이어 자연스럽게 야동의 반복시청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 “야동의 그런 장면을 보고 밖에 나와서 다른 사람들을 보면 야동 속의 그 모습을 자신의 상상 속에 개입시켜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탁틴내일 청소년 성문화센터의 이현숙 대표는 김국진의 강연에 크게 놀라했다. 김국진이 ‘음란물에 대한 4단계 반응이론’으로 유명한 미국 유타대학 심리학과 교수 빅터 클라인의 해당 이론을 얘기했기 때문.
이뿐 아니라 김국진은 야동과 실제 남녀 간의 성관계를 비교하며 설명, 학생들의 이해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내 생각에는 야동은 모든 것에 초탈했을 때 본인이 알아서 시청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 같다. 여러분을 믿기 때문에 알아서 스스로 통제해야 한다”며 성교육의 목적인 신중한 자기 성 결정권을 가르치는데 성공했다.
앞서 김국진은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 ‘청춘에게 고함’ 강연에서 1위를 차지, ‘청춘에게 고함 2탄’에서도 청춘들의 고민을 제대로 파악해 유익한 강연을 펼쳐 화제가 된 바 있다.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에 대한 강연과 선생님들도 꺼리는 성교육을 특유의 차분한 말투와 재치로 청중의 마음을 읽으며 진행해 성공적으로 마쳤다. 김국진이 매 강연에서 청중들의 호응을 얻는 것,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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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김국진의 현장박치기’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