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은 스포츠를 즐기는 많은 팬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들의 사생활은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팬들이나 스포츠 스타들은 이를 인기의 대가로 여기고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면이 많다.
스포츠 스타들이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며 팬들의 기대를 채워나갈 때, 팬들은 동시에 이들이 사적인 면에서도 사랑과 지지를 받을 만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다. 이러한 경기력에 대한 기대와 사생활에 대한 기대가 일치할 때는 두 가지 결과가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선수의 인기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그러니까 엄지손가락을 절로 치켜세울 만큼 훌륭한 경기력에 비해 사생활이 형편없는 것으로 밝혀질 때면 기대와 실망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서 부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게 되기도 한다.

최근 전 KIA 타이거즈 투수 손영민이 사생활로 인한 고통 속에 경기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해왔으며, 현재 임의탈퇴 신분으로 된 사연이 많은 팬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처럼, 그간의 많은 선례들과 마찬가지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 발생하였다. 비단 이런 일이 우리나라 선수들에게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타이거 우즈와 라이언 긱스 같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선수들이 사생활 문제로 선수의 가족, 그리고 그들을 아꼈던 팬들에게 상처를 주고, 또 무엇보다 선수 자신이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던 것을 본적이 있다.
사실 우리가 어떤 선수에게 주목하고 관심을 가지며 좋아하기 시작할 때, 그가 완벽한 인간이기 때문에 좋아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가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그를 주목하게 되고 그를 좋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면 우리는 그 사실을 잊은 채 뛰어난 실력만큼 그가 인간적으로 뛰어난 사람일 것이라는 논리적이지 않은 추론을 통한 가설을 세우고, 그에게서 자신의 가설이 맞는 점만 수집하는 ‘선택적 오류’를 범하게 된다.
전직 NBA 스타 찰스 버클리가 했던 유명한 말이 있다. 그는 “나는 롤 모델이 아니다. 내가 덩크슛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완벽한 인간만 사랑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완벽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사생활이 완벽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완벽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그 선수가 완벽한 공을 던지기 위해 그동안 운동장에서 흘린 땀의 가치를 훼손시킬 이유가 없다.
물론 안정적인 사생활은 선수의 실력 향상과 발휘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선수의 불안한 사생활은 선수 개인의 경기력뿐만 아니라 팀의 경기력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변인이다.
건강한 품성을 지니고 있는 선수들을 팀에서 선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예측 가능하지 않은 일이 발생하는 일이 드물고, 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좋은 자원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팀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불안정한 개인사는 선수 개인과 팀 모두에게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뛰어난 실력을 지녔으나 개인사에서의 어려움으로 방황하는 선수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 선수들이 방황에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일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한편 그들이 개인적인 어려움을 잘 털어내고 일어나 다시 멋진 경기를 해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또한 기쁜 일이다.
타이거 우즈가 다시 복귀하여 우승을 하였을 때 많은 팬들은 황제의 귀환을 기뻐하였으며, 올 시즌에는 KIA 타이거즈의 투수 김진우가 오랜 방황 끝에 재기하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어 많은 야구팬들이 행복해했다.
기회가 완벽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면, 세상은 불행한 사람들로 가득찰 것이다. 실수와 잘못을 필요이상으로 질타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자신의 실수와 잘못으로 이미 충분히 고통을 받고 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어려움을 잘 털고 일어난다면 그들은 다시 얻은 기회를 누구보다 값지게 여길 것이다.
손영민의 말이 맞는지, 현재 이혼소송 중인 아내의 말이 맞는지는 이제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선수가 다시 운동장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손영민의 주장이 진실이어야 하는 조건이 꼭 충족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가 자신과 팀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실수를 다시는 하지 않도록 개인사를 안정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되어야한다. 변화된 손영민은 누구보다 사생활의 안정이 중요함을 몸소 체험한 만큼 앞으로 후배 선수들과 팬들에게 배움이 되는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 학생상담 센터 상담교수
KIA 타이거즈에서 임의탈퇴된 손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