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위해 계투 등판을 자청한 것은 분명 높이 살 만 했다. 그러나 연속 피안타로 상대의 기를 세워주는 악수를 두고 말았다.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1)가 준플레이오프 4차전 계투로 나섰으나 연속 4안타를 내주며 강판한 뒤 블론세이브까지 기록했다.
니퍼트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3-0으로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랐으나 아웃카운트 단 한 개를 잡고 안타 네 개를 내주며 3실점했다. 그나마도 아웃카운트 하나는 박준서의 좌전 안타 때 홈으로 달려들던 김주찬을 잡아낸 좌익수 김현수의 호송구와 포수 양의지의 좋은 수비 덕택이었다. 뒤를 이은 홍상삼의 제구난까지 겹치며 니퍼트는 졸지에 선의의 방화범이 되고 말았다.
3점 차 리드를 잡은 8회말 니퍼트는 변진수의 뒤를 이어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8일 1차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성공했던 니퍼트는 팀이 2연패로 몰리자 11일 3차전서부터 “1패만 더하면 끝인 만큼 나도 계투로 나서겠다”라며 계투 등판을 자청했다. 팀 입장에서는 마음만으로도 고마운 순간이었다.

그러나 정작 계투로 나섰던 니퍼트가 난조를 보이면서 본의 아니게 ‘마음만 받고 싶은’ 투구가 되고 말았다. 첫 타자 문규현에게 중견수 방면 안타를 내주며 암운을 드리운 니퍼트는 김주찬에게 좌중간 1타점 2루타를 내주며 3-1 추격점을 허용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니퍼트는 박준서에게 좌익수 방면 안타를 허용했다.
좌익수 김현수의 호송구에 이은 포수 양의지의 좋은 홈 블로킹으로 김주찬이 횡사하며 1아웃이 되었다. 그러나 니퍼트는 손아섭에게 초구 우전안타를 내줬고 결국 홍성흔 타석에서 홍상삼에게 바통을 넘겼다. 홍상삼은 홍성흔을 볼넷 출루시키며 만루 위기를 자초한 데 이어 대타 황성용을 밀어내기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니퍼트의 실점도 늘어났다. 뒤를 이은 전준우의 우익수 희생플라이까지 터지며 니퍼트는 팀 리드를 내준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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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