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마무리는 달랐다. 이번에는 '구도' 부산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다. SK의 한국시리즈 우승 3회와 한국야구대표팀의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견인한 정대현(34)이 거인 군단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며 무려 13년 만에 롯데를 가을야구 승리로 이끌었다.
롯데는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연장 10회말 상대 실책으로 짜릿한 4-3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 지난 1999년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꺾으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뒤 포스트시즌 5연속 패배를 딛고 웃었다. 정대현이 9~10회 2이닝 탈삼진 4개 포함 무실점 퍼펙트 예술투로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해 FA가 돼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입단 직전까지 갔던 정대현은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며 국내로 돌아왔다. 그가 계약한 팀은 원소속팀 SK가 아닌 롯데. 롯데는 4년간 총액 36억원을 주는 조건으로 정대현을 영입했다. 오랜 숙제였던 불펜을 해결할 적임자로 판단해 적극적인 구애를 했다.

기대를 한몸에 받고 들어온 정대현은 그러나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던 2월말 왼쪽 무릎 반월판 연골파열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시즌 시작하기도 전에 수술을 받고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그는 굳게 입을 닫은 채 묵묵히 재활에만 전념했고, 7월부터 불펜 피칭을 시작하며 복귀를 준비했다.
8월9일 잠실 LG전에서 1군에 합류한 정대현은 시즌 막판 충분히 진가를 드러냈다. 24경기에서 2승1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0.64. 시즌 막판 롯데 불펜이 고전할 때 정대현이 없었다면 그대로 4위 밑으로 떨어질 뻔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을잔치에서 그 진가를 제대로 드러냈다. 시리즈 내내 완벽 예술투의 향연이었다.
1차전에서는 8-5로 리드한 연장 10회 내야 안타 하나를 맞았을 뿐 나머지 타자들을 범타로 돌려세우며 세이브를 따냈다. 2차전에서도 2-1 살얼음 리드 속에 9회 무사 1루 위기에서 병살타를 솎아내며 공 3개로 또 하나의 세이브를 추가했다. 3차전을 쉰 그는 4차전에서 3-3 동점이 된 9회 마운드에 올랐다.
9회 첫 타자 양의지를 느린 커브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김재호를 좌익수 뜬공, 오재원을 몸쪽 커브로 다시 헛스윙 삼진 잡았다. 10회에도 민병헌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한 뒤 김현수를 커브로 역시 헛스윙 삼진. 4번타자 윤석민마저 커브로 잡으며 포효했다. 2이닝 동안 삼진 4개 포함 무실점 퍼펙트.
롯데는 연장 10회 상대 실책으로 끝내기 승리를 거뒀고, 승리투수가 된 정대현도 1승2세이브 평균자책점 제로로 준플레이오프를 환상적으로 마쳤다. 4이닝 동안 안타 1개를 맞았을 뿐 볼넷은 없었고, 피안타율은 8푼3리. 롯데의 정대현 영입은 말 그대로 신의 한 수였다. 기자단은 정대현의 압권의 투구에 유효 투표수 53표 중 39표를 몰아주며 준플레이오프 MVP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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