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니얼 김 객원기자] 과연 성장 통인가 아니면 그는 빅게임 투수가 아닌가?
물론 두산 베어스 구원투수 홍상삼을 보면서 생각해보는 질문이다. 홍상삼은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13 ⅓이닝동안 단 한 개의 볼넷을 내주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롯데 타자들은 그를 상대로 0할6푼8리를 기록했다. 한 마디로 정규 시즌동안 홍상삼은 롯데 타자들에게 ‘언히터블‘이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4차전 8회 말 사직구장 마운드에 오른 홍상삼은 완전히 다른 투수였다. 그리고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2개의 볼넷을 연속으로 허용하며 롯데의 극적인 컴백 드라마를 만들어줬다.
메이저리그 투수 코치들은 불펜투수들에게 기억력이 짧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설사 전날 경기에서 홈런을 내주고 패전투수가 되었다고 하여도 오늘 만큼은 새로운 경기이기 때문이다. 비록 홍상삼이 1차전과 2차전에서 뼈아픈 홈런을 내줬지만 머릿속에서 지워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4차전만큼은 1,2차전의 부진을 말끔하게 씻어낼 수 있는 기회였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을 내주기도 하고 큰 경기에서 블로운 세이브를 기록한다. 하지만, 그는 다음 경기에서 전혀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4차전 마운드에 오른 홍상삼은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마치 1, 2차전에서 내준 홈런을 의식한 듯 마운드에서 그의 모습은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얼굴 표정에서는 볼카운트에 대한 아쉬움을 읽을 수 있었고 그가 마운드에서 보여준 움직임은 결코 프로답지 못했다. 평정심을 완전히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프로에게 자신감은 생명이지만 그의 모습에서는 단 1%의 자신감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어려운 상황에서 등판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는 그냥 프로가 아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순간 냉정하게 아웃 카운트를 늘리는 것이 그의 직업이다.
결국 그는 연이어 볼넷을 허용하며 제대로 승부를 해보지도 못하고 롯데에게 4차전을 내주는데 결정적인 노릇을 했다.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두산 김진욱 감독이 믿었던 불펜 카드는 바로 홍상삼이었다. 하지만 그의 활약은 오랜 기간 동안 팬들과 본인 머릿속에 상처로 남겨 질 만큼 부진했다. 그가 과연 이번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마운드에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시간이 말 해 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준 플레이오프를 통해서 한 가지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그는 올 시즌 만큼은 ‘빅게임’ 투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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