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롯데를 PO로 이끈 결정적 장면 ‘네 가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12 22: 29

두산과의 악연은 끊었다. 이제 롯데는 지난해 자신들을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좌절시켰던 SK에 또 한 번의 복수를 꿈꾼다.
롯데는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3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0-3으로 뒤지고 있던 8회 강한 집중력을 과시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고 10회에는 상대 실책에 편승해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롯데는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리버스 스윕’이라는 최악의 기억을 선물했던 두산에 통쾌하게 복수했다.
3승을 했지만 쉬운 경기는 하나도 없었다. 모두 악전고투였다. 하지만 순간적인 움직임이 팀의 활력소로 작용했다. 결국 그것이 모여 준플레이오프 승리라는 값진 성과로 이어졌다. 롯데를 플레이오프로 이끈 네 가지 장면을 짚어봤다.

◆ 박준서, 뜬금 대타 홈런
1차전의 영웅은 단연 박준서였다. 3-0으로 앞섰던 롯데는 5회 내야진의 실책 퍼레이드로 대거 4점을 내줬다. 분위기가 단번에 두산쪽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대타’ 박준서가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3-5로 뒤진 8회 1사 1루에서 생애 첫 포스트시즌 타석에 들어선 박준서는 홍상삼의 포크볼을 잡아 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때려냈다.
만약 8회 득점을 내지 못했다면 1차전 승부는 두산으로 넘어갈 확률이 높았다. 홍상삼에 이어 9회에는 마무리 프록터가 대기 중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롯데는 5회 실책으로 무너진 뒤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박준서의 대타 작전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1차전부터 꼬일 수 있었던 롯데를 구해내는 홈런이었다.
◆ 김현수 좌절시킨 박종윤의 점프 캐치
박준서가 1차전의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5-5였다. 그리고 위기도 있었다. 롯데는 9회 1사 1·2루 상황에 몰렸다. 동점 상황이라 정대현을 투입시키기도 애매했다. 마운드에는 김사율, 타석에는 김현수가 들어섰다. 가을의 악몽을 잊기 위한 김현수의 노력은 필사적이었다. 김사율의 낮은 공을 잘 잡아 당겨 우전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누가 봐도 끝내기였다.
그러나 그 순간 1루수 박종윤이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김현수의 타구는 박종윤의 글러브 속으로 쏙 들어갔다. 미처 귀루하지 못한 1루 주자 오재원까지 잡아 그대로 이닝이 종료됐다. 역시 팀을 패배의 수렁에서 구해내는 값진 수비였다. 결국 롯데는 박종윤의 호수비를 발판 삼아 10회 3점을 내며 1차전을 잡았다.
 
 
◆ ‘강민호 대역’ 용덕한, 2차전을 책임지다
2차전은 팽팽한 승부였다. 양팀 선발 노경은과 유먼이 잘 던졌다. 선취점은 두산의 몫이었지만 유먼이 6회까지 1실점으로 잘 틀어막으며 역전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7회 문규현의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든 롯데는 9회 마지막 공격에서 역전을 일궈냈다. 주연은 용덕한이었고 연기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홈런포였다.
전날 박준서에게 홈런을 맞은 홍상삼은 용덕한을 상대로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 하위타선을 상대로 많은 힘을 빼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러나 용덕한은 그런 홍상삼의 방심을 역이용했다. 갖다 맞춰 출루를 노리기보다는 자기 스윙을 했다. 용덕한은 빠른 직구가 가운데로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힘 있게 잡아 당겼고 이는 결승 솔로 홈런으로 이어졌다.
2010년 두산 소속으로 준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했던 용덕한이 이번에는 롯데 유니폼을 입고 날아오르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1차전에서 눈에 타구를 맞아 결장한 주전 포수 강민호의 대체자로 쏘아 올린 홈런이라 더 극적이었다. 롯데는 용덕한의 활약에 힘입어 좀 더 편안한 발걸음으로 사직을 향하게 됐다.
◆ 두산의 실책, 롯데를 살리다
3차전에서 진 롯데는 4차전에서도 경기 종반까지 끌려갔다. 상대 선발 김선우를 공략하는 데 애를 먹었다. 2회와 4회에는 한 이닝에 안타 세 개씩을 치고도 단 한 점도 내지 못하는 극심한 해결 능력 부족에 시달렸다. 8회초까지 0-3으로 끌려가는 상황. 잠실에서의 5차전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8회말 반전이 일어났다. 1차전 선발로 나섰던 두산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올라오자마자 힘을 냈다. 문규현과 김주찬의 연속 안타로 1점을 따라붙었다. 그 후로는 눈이 빛났다. 1사 1·2루 상황에서 홍성흔은 바뀐 투수 홍상삼과 9구까지 가는 실랑이 끝에 볼넷으로 걸어나가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대타 황성용 역시 흔들리는 홍상삼의 공을 참고 기다려 밀어내기로 1점을 더 추가했다.
전준우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든 롯데는 10회 두산 배터리의 치명적인 실책에 힘입어 힘겨웠던 준플레이오프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선두 박준서가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고 손아섭은 침착하게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1사 2루의 기회를 잡았다. 두산은 아껴뒀던 마무리 스캇 프록터를 투입했으나 경기는 2구만에 끝났다.
프록터의 공이 살짝 뒤로 빠졌고 2루 주자 박준서가 3루로 뛰자 양의지는 곧장 3루를 겨냥했다. 그러나 너무 급했다. 공은 3루수의 글러브 대신 드넓은 외야로 향했고 박준서는 내친 김에 홈까지 파고들었다. 극적인 시리즈에 어울리는 극적인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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