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4번타자 홍성흔(36)이 친정팀을 울리며 롯데를 무려 13년 만에 가을야구 승리로 이끌었다. 불굴의 집념과 투혼으로 롯데의 가을야구 악몽을 끊어냈다.
홍성흔은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2012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3타수 3안타 1볼넷으로 활약했다. 특히 3-3으로 팽팽히 맞서던 연장 10회말 1사 2루 타석에서 두산 마무리 스캇 프록터의 폭투와 포수 양의지의 3루 송구 실책으로 2루 주자 박준서가 홈을 밟으며 4-3 짜릿한 끝내기 순간을 함께 했다.
홍성흔으로서는 참 오래도록 기다린 가을야구 승리였다. 2001년 두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는 등 한국시리즈 진출 경력만 5차례나 되는 그는 지난 2008시즌을 마친 뒤 정든 두산을 떠나 롯데에 새둥지를 틀었다. 2008년 무려 8년 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했으나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 3연패로 무기력하게 무너진 롯데는 홍성흔의 풍부한 가을야구 경험을 필요로 했다.

홍성흔은 입단 첫 해인 200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팀을 가을잔치로 이끌었다. 매해 중심타자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2009~2010년 친정팀 두산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대호가 일본프로야구로 진출하며 롯데의 새로운 4번타자로 낙점된 홍성흔은 113경기 타율 2할9푼2리 15홈런 74타점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4번타자로 팀을 가을 잔치로 이끄는데 성공했다. 롯데가 2승1패로 우위를 점했으나 심리적으로 쫓긴 4차전에서 4번타자 홍성흔의 진가가 아주 제대로 드러났다.
2회 첫 타석부터 깨끗한 좌전 안타를 터뜨리며 포문을 연 홍성흔은 4회 무사 2루에서 유격수 쪽 깊숙한 땅볼을 쳤으나 1루 베이스를 향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들어가 세이프 되는 투혼을 발휘했다. 비록 후속타 불발로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베테랑 4번타자 홍성흔의 파이팅은 롯데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6회에도 우전 안타를 때리며 3안타 경기를 완성한 홍성흔의 진면목은 8회말 나왔다. 1-3으로 추격했으나 김주찬의 홈 횡사로 흐름이 끊어질 뻔한 상황. 손아섭의 중전 안타로 1사 1·2루 찬스가 힘겹게 이어졌다. 홍성흔은 두산의 바뀐 투수 홍상삼과 무려 9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다. 1~2구 모두 파울이 돼 불리한 볼카운트였지만, 이후 3번의 파울 커트로 기어이 볼넷을 골라냈다. 끈질긴 집념과 집중력으로 얻어낸 볼넷.
롯데는 홍성흔의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며 홍상삼을 코너로 몰아넣었다. 황성용의 밀어내기 볼넷, 전준우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었다. 홍성흔의 볼넷이 아주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이다. 3개의 안타보다 빛난 천금의 볼넷. 직접 타격으로 끝낸 건 아니었만 상대 폭투와 실책 순간 2루에서 3루를 지나 홈으로 들어오던 박준서를 양 팔 힘껏 돌리며 불러들였다. 13년 만에 롯데의 가을야구 승리 순간, 홍성흔의 존재감과 환한 미소가 어느 때보다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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