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중반 하위권을 맴돌던 롯데에 2008년부터 시작된 가을야구 진출은 기쁨인 동시에 아쉬움이었다. 강화된 전력을 바탕으로 롯데는 꾸준히 4강에 이름을 올리는 강팀이 됐지만, 매년 포스트시즌 첫 라운드에서 탈락하며 눈물을 삼켰다.
특히 2010년 두산과의 준 플레이오프는 롯데에겐 큰 상처였다. 잠실에서 먼저 2승을 거둔 롯데는 홈에서 2경기를 모두 패배했다. 그리고 잠실로 올라가 다시 두산에 덜미를 잡혀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은 롯데를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고 강팀으로 자리매김한 공신이었지만, 가을야구 진출에 만족하지 못하는 롯데는 충격적인 리버스 스윕 이후 그와의 작별을 선언했다.
롯데의 선택은 양승호 감독이었다. 그리고 양 감독은 부임 첫 해인 작년 롯데를 사상 최초로 단일시즌 2위에 올려 놓으며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냈다. 그러나 SK에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패하며 다시 가을야구에서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그리고 올해 초 롯데 장병수 사장의 "20년 동안 우승하지 못한 구단은 존재가치가 없다"라는 강력한 발언은 양 감독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우승 청부사로 영입한 만큼 더 이상 4강 진출은 감독직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말과도 같았다.
실제로 총 계약 3년 가운데 2년 차인 올해 양 감독이 성적에 압박을 받는 분위기가 여럿 감지됐다. 계약기간이 1년 남았다는 건 올해 2명의 감독이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된 것을 돌이켜보면 큰 의미가 없었다. 야구계에서는 포스트시즌 성적에 따라 양 감독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롯데는 두산과의 준 플레이오프 1차전과 2차전을 쓸어담아 손쉬운 시리즈 통과를 눈 앞에 두는 듯했다. 하지만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3차전에서 대패를 당했고, 4차전마저 8회까지 0-3으로 뒤져 2010년 리버스 스윕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했다. 그렇지만 양 감독은 두 박자 빠른 투수교체와 적절한 대타기용으로 4-3, 극적인 끝내기 역전승을 일구며 1999년 플레이오프 승리 이후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승리를 거뒀다.
경기가 끝나자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양승호 감독의 이름을 연호했다. 곳곳에서 '양승호감, 양승호랑이'와 같은 양 감독의 애칭도 섞여서 들렸다. 더그아웃을 나와 1루쪽 관중석 앞을 지나가며 팬들에 인사를 한 양 감독은 중앙석 팬들에게 모자를 벗어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우승 청부사로 영입된 양 감독, 일단 롯데가 큰 경기에 약하다는 선입견을 벗어 던지며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승부를 4차전에서 마무리했기에 SK와의 플레이오프는 정상적인 로테이션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롯데, 그리고 양 감독의 가을야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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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