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박명수가 이끄는 ‘코미디에 빠지다’(이하 ‘코빠’)가 공채 개그맨들의 맹활약 속에 첫 방송을 마쳤다.
늦은 시각에 방영되는 까닭에 초반 시청률 고전은 예상되나, 개그맨들의 피땀 섞인 콩트는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졌다. 이만하면 KBS 2TV ‘개그콘서트’와 늘 비교되며 줄줄이 종영했던 MBC 코미디의 잔혹사를 끊을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자정을 넘긴 시각에 방송되는 시간대가 두고두고 아쉬운 순간이다.
13일 방송된 ‘코빠’는 2009년 ‘개그야’가 폐지된 후 MBC가 3년 만에 내놓은 공개 코미디. 그동안 MBC는 ‘개그야’ 이후 ‘하땅사’, ‘웃고 또 웃고’를 방영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이번에 3년 만에 공개 코미디를 부활했다.

이날 ‘코빠’는 박명수, 문천식, 정성호, 오정태, 김경진 등 인기 개그맨들과 공채로 데뷔는 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한 중고 개그맨들, 올해 3년 만에 MBC가 공채로 선발한 신인 개그맨들까지 신구 개그맨들의 완벽한 호흡 속에 만든 재미가 상당했다.
우선 박명수가 출연하는 ‘거성 사관학교’는 신인 개그맨들을 양성하겠다는 기획의도가 명확히 들어맞았다. 3년 만에 선발된 MBC 공채 개그맨들과 신인 가수들이 박명수 앞에서 펼치는 개인기 대결은 신선하면서도 웃겼다.
유행어를 만들어야 하는 신인 개그맨들의 치열한 경쟁은 물론이고, 개인기가 없다고 오히려 울부짖는 한 개그맨의 압박감까지 웃음을 유발했다. 또한 영화배우 장광의 딸이자 개그우먼인 장윤희는 아버지의 영화 속 악역으로 인해 부끄럽다고 자학개그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 과정에서 후배들의 개인기와 유행어를 평가하는 박명수의 냉정한 평가 역시 재미를 줬다.
가족의 갈등을 차안이라는 장소에서 유쾌하게 풀어낸 ‘사랑은 붕붕붕’(출연: 황제성, 김현주, 박현정)은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생활의 발견’처럼 생활 속 누구나 공감하는 설정을 부부싸움으로 대변하며 웃겼다.
또한 정성호가 ‘신데렐라’(정성호, 유도균, 최설아 등)에서 시도 때도 없이 말하는 ‘나가 있어’라는 말은 유행어 조짐이 보인다. 이 코너는 운명적인 행운을 기다리는 평범한 여자와 이상한 재벌 남자의 러브스토리 속 웃음을 만들어냈다.
이 밖에 ‘내가 니 아비다’, ‘두 이방인’, ‘스마트 하우스’, ‘고소합니다’ 등도 늦은 시각 시청자들을 잠 못 이루게 만들었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는 박명수까지 후배들과 공개 코미디를 살리기 위해 무대에 돌아온 만큼 ‘코빠’는 일단 웃기는데 성공했다.
시청률 20%를 넘기며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최강자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는 ‘개그콘서트’와 비교했을 때 전혀 새로운 콩트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드는 본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코빠’가 MBC 코미디는 안 된다는 불신과 심야 시간 편성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딛고 공개 코미디의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까. 이제 막 ‘코빠’의 닻이 올랐다. 방송은 매주 금요일 밤 12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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