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스윕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고 팀은 결국 패퇴했다. 그러나 타선의 상징이던 선배 대신 4번 타자 자리에 나선 만년 유망주를 그 꼬리표를 확실하게 떼어냈다. 올 시즌 후반기부터 두산 베어스의 새 4번 타자로 우뚝 선 윤석민(27)은 이제 ‘제2의 김동주’가 아닌 당당한 새로운 4번 타자로 자리 잡았다.
윤석민은 지난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회 선제 좌중월 솔로포 포함 5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렸다.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김선우, 7회 쐐기 1타점을 올린 이원석과 함께 리드에 공헌한 윤석민이었으나 8회말 팀이 동점을 허용한 뒤 결국 3-4 연장 10회 끝내기 패배를 당하며 활약이 빛을 잃었다.
그러나 생애 첫 포스트시즌인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윤석민은 3할1푼6리(19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으로 분전했다. 1998년 데뷔 이래 지난해까지 베어스의 4번 타자로 활약한 동시에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국가대표팀 부동의 4번 타자로도 활약했던 ‘두목곰’ 김동주의 전열 이탈 공백을 막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부호를 뗄 만한 활약상이었다.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윤석민은 2할9푼1리 10홈런 48타점으로 활약했다. 특히 9월 한 달 간 19경기 3할8푼7리 3홈런 11타점으로 한 팀의 4번 타자다운 모습을 보여줬던 윤석민이다. 그러나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팀 타선의 상징이던 김동주 없이 윤석민으로 4번 타순을 채워넣는 데 대한 우려의 시각도 컸던 것이 사실. 가을 잔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팀은 1승 3패로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며 2013시즌 재도전해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 그러나 두산은 사실 2012시즌을 대권 도전보다 점진적인 팀 컬러 변화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운용을 했던 팀이다. 객관적으로도 우승에 도전할 만한 전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존 주전 선수들이 교체될 경우를 대비해 새로운 전력을 찾고자 했고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 바로 30대 후반에 접어든 4번 김동주 그 다음 세대의 주포의 발견이었다.
윤석민의 두각은 그저 단순한 4번 타자의 교체만이 아니다. 자존심 강한 프랜차이즈 스타 김동주의 위기 의식을 깨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군 생활에 지친 유망주들에게 9년차 타자 윤석민의 갑작스러운 두각은 또 하나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윤석민은 올해 단순히 선배 김동주의 타격폼만 모사한 타자가 아니라 당당한 ‘4번 타자’로 실력을 갖춘 타자임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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