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의 데이터야구]'PS 첫 관문 통과' 롯데, 지난 4년과 달랐던 것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0.13 07: 05

더 이상 가을 악몽은 없었다. 드디어 포스트시즌 상위 라운드에 진출했다.
롯데는 2012 준플레이오프에서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두산을 꺾고 포스트시즌 첫 관문을 통과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첫 관문에서 무너진 롯데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시즌 막판 좋지 않은 흐름 속에 4위로 떨어졌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짜릿한 반전 드라마를 썼다. 과연 지난 4년과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 강력한 불펜, 과감한 물량공세

롯데는 전통적으로 불펜이 약한 팀이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부터 뒷문 불안으로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 물량 공세를 펼칠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 포스트시즌은 달랐다. 2차전에서 6이닝을 던진 쉐인 유먼을 제외한 나머지 3경기에서 선발투수들이 5회 못 채우고 조기강판됐다. 하지만 선발이 내려간 후 불펜 투수들이 대거 투입돼 두산 타선 흐름을 차단했다. 경기당 평균 5명씩 구원 투수들이 총동원됐다.
이번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롯데 팀 평균자책점은 2.84.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이 2.22에 불과했다. 선발이 13⅔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한 반면 불펜은 24⅓이닝을 던졌다. 승계주자 17명 중 4명만 홈인을 허용하는 등 승계주자 실점율도 23.5%밖에 되지 않았다. 정대현(0.00)·이승호(0.00)·이명우(0.00)·송승준(0.00)·김성배(2.25) 등이 위력적인 피칭을 펼쳤다. 양승호 감독의 양떼 야구가 빛을 발한 시리즈였다.
▲ 사라진 특정 타자 의존도
단기전에서 중심타자들은 부진의 늪에 빠질 가능성 높다. 상대로부터 집중 분석을 당하게 돼 있고, 한 번 말리면 헤어나기 힘들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4번 홍성흔(0.400)만이 제 몫 했을 뿐 손아섭(0.250)·전준우(0.167)·조성환(0.200)·박종윤(0.231)·김주찬(0.278) 등 상위·중심타자들의 활약이 크게 돋보인 건 아니었다. 자칫 하다 득점 빈곤 현상이 벌어질 수 있었다. 지난 4년간 롯데가 큰 경기에서 자주 보였던 현상.
하지만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는 오히려 하위 타선이 공격의 돌파구를 찾았다. 9번 문규현은 13타수 6안타로 무려 4할6푼2리로 팀 내 최고 타율의 불방망이를 과시했고, 황재균도 14타수 5안타 타율 3할5푼7리 2타점으로 활약했다. 백업요원 박준서도 결정타를 터뜨리며 9타수 4안타 타율 4할4푼4리. 용덕한도 타율은 2할3푼1리에 그쳤으나 1~2차전에서 결승점 발판이 된 2루타와 결승 솔로포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더 이상 특정 타자 의존도는 없었다. 강민호의 부상 공백이 있었지만 충분히 상쇄할 만했다.
▲ 짜내기 야구와 뒤집기 능력
로이스터 감독 시절인 2008~2010년 준플레이오프 총 12경기에서 롯데의 희생번트는 7개밖에 되지 않았다. 짜내는 야구보다는 선 굵은 야구를 펼쳤고, 한 번 막히면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 SK와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희생번트 6개를 기록했고, 올해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도 5개의 희생번트를 댔다. 그 중 4개가 득점으로 이어졌다. 희생번트 이후 득점. 꼭 점수가 필요할 때 '짜내는 야구'가 가능해진 것이다.
득점권에서도 강했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득점권 31타수 10안타 타율 3할2푼3리에 볼넷 7개와 희생타 3개로 거의 5할에 가까운 성공률을 보였다. 비록 미세한 작전 수행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한 번 몰아칠 때 무섭게 몰아쳤다. 1·2·4차전 롯데 승리는 모두 역전승. 그것도 전부 7회 이후 뒤집은 승부로 두산 불펜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과거처럼 한 번 흐름을 빼앗긴 뒤 끌려다니지 않았다. 롯데는 시즌 때도 8회 이후 역전승이 10승으로 가장 많았다. 롯데에 블론세이브를 안 한 마무리투수가 없었다. 큰 경기에서도 롯데의 뒤집기 능력은 살아있었고, 이는 SK와의 플레이오프 리턴매치를 더욱 기대케 한다. 
waw@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