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 부문 2위의 마무리 투수가 정작 포스트시즌에선 보직을 잃었다.
두산 마무리투수 스캇 프록터(35)가 허무한 포스트시즌을 보냈다. 프록터는 롯데를 상대한 준플레이오프 3차전과 4차전에 등판, 안타 1개 만을 맞으며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단순히 성적만을 놓고 보면 문제 될 게 없지만 등판 시기에 물음표가 붙는다. 프록터는 경기 후반 두산 불펜진이 흔들렸던 1, 2차전 위기 순간에선 정작 벤치에 앉아있었다.

1차전 8회초 홍상삼이 대타 박준서에게 동점 2점 홈런을 맞고 경기가 연장으로 갔지만 프록터는 9회와 10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1차전 충격의 홈런포를 허용한 홍상삼이 1-1로 팽팽히 맞서던 7, 8회에 이어 9회에도 마운드를 지켰고 용덕한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내줬다.
비록 동점 상황이긴 했지만 1-1 평행선을 이루고 있었고 1차전을 내준 만큼 2차전을 잡는 게 중요했다. 다음날이 이동일로 경기가 없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세이브 상황이 아니라고 해도 프록터의 등판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프록터는 3차전, 두산이 7-2로 이미 승기를 잡은 9회말에 마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4차전 10회말 3-3 동점 1사 2루에 이틀 연속 등판해 폭투, 포수 양의지의 3루 송구 에러로 프록터도, 두산의 2012시즌도 막을 내렸다.
마무리투수는 곧 불펜의 핵이자 에이스다. 페넌트레이스라면 세이브상황에 맞게 등판하지만 한 경기 패배가 곧 시즌종료로 직결되는 포스트시즌에선 마무리투수의 활용폭은 넓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 두산의 불펜 운용은 좌충우돌이었다. 홍상삼이 준플레이오프 전 경기 6이닝을 소화하며 흔들렸다. 홍상삼은 마치 매 경기 선발 등판하는 투수 같았다. 그리고 프록터는 마무리 투수 보직을 잃어버린 채 나와야 될 타이밍에 나오지 않았다.
올 시즌 프록터는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79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선 2005년과 2006년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 각각 평균자책점 0, 평균자책점 2.25로 활약했다.
프록터는 준플레이오프 도중 자신이 좀처럼 등판하지 않는 것에 대해 “투수가 등판하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판단에 달려있다”며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다. 어쨌든 빅리그 최고 팀 출신의 구원투수는 이렇게 자신의 임무를 잃어버린 채 2012년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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