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의 야구산책] 역전극 빚어낸 사직의 용광로 응원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2.10.13 10: 23

용광로 응원의 힘이었다.
지난 12일 롯데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린 사직구장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젊은 기사분이었다. 대뜸 그는 "야구보러가십니까"면서 "요즘은 야구인기가 예전만 못합니다. 다들 먹고 살기 빠쁩니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사직구장에는 2만 795명에 그쳐 만원관중 동원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유는 전날의 졸전이었다.  잠실에서 모두 역전으로 2승을 거둔 롯데는 3차전에서 2-7로 패했다. 언론에서는 영어로 리버스스윕 혹은 역스윕이라는 말이 나왔다. 2연승 후 3연패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2010년에 두산에게 당한 아픔이었다. 때문인지 KBO 관계자는 "4차전 예매표가 많이 취소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경기는 시작했고 두산 4번타자 윤석민이 2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좌중월 홈런이 나오면서 이같은 역전분위기는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3회도 한 점을 내주었다.사직구장은 조용했다. 롯데타자들은 2회와 4회 각각 3안타를 치고도 점수를 뽑지 못하자 관중석에서는 장탄식이 터져나왔다.
결국 8회초 이원석에게 중월 2루타를 맞고 석점째를 내줄때 관중석에 빈자리가 두드러져보였다. 일부 관중들이 자리를 뜨는 모습이 많아졌다. 3-0 두산의 승리가 결정적인 상황이었다. 좀처럼 롯데 타자들이 실마리를 찾지 못했고 두산의 투수들은 좀처럼 허점을 드러내지 않았다. 2연승후 2연패, 그리고 역전 3연패이 악몽이 엄습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8회말 두산 마운드에 니퍼트가 올라오자 조용하던 사직구장에 이상기류가 흘렀다. 선두 문규현이 풀카운트 실랑이 끝에 중전안타를 날리자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어 김주찬이 좌중간 2루타를 날려 역전의 분위기가 조성되자 관중들이 내지리는 함성으로 들끓었고 경기는 격한 소용돌이속으로 빠져들었다.
박준서자 좌전안타를 날렸지만 2루주자가 홈에서 횡사하는 순간, 야구장은 관중들의 단발마 비명으로 뒤흔들렸다. 그러나 손아섭이 우전안타로 꺼져가던 불씨에 기름을 확 끼얹었다. 그때부터 관중석은 모든 것을 삼킬듯한 거대한 용광로가 되었다. 니퍼트 뿐만 아니라 구원에 나선 홍상삼은 관중들의 용광로 함성에 크게 흔들렸고 연속 볼넷과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롯데는 연장 10회말 두산 포수 양의지의 3루 악송구 끝내기 실책으로 역전극을 마무리했다. 무사 2루에서 프록터의 폭투가 나왔고 3루를 파고들던 박준서를 잡기위해 던진 볼이 뒤로 빠졌다. 박준서가 홈에 생환하면서 경기는 끝났다. 그 과정에서 관중들은 사직구장을 들었나 놓았다. 분명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역전극의 주연이었다. 그러나 더 포기하지 않았던 관중들의 용광로 응원이 없었다면 이루기 힘든 역전이기도 했다. 
OSEN 야구부장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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