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밴드 피아가 KBS 2TV '탑밴드2’ 우승을 거머쥐면서 6개월간의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우승 직후 만난 그들은 기쁨을 잠시 뒤로 하고, 그간 함께했던 팬들과 밴드들에게 공을 돌렸고,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던 시간들을 상기하곤 앞으로의 얘기들을 풀어냈다.
12년 차 밴드가 선택했던 ‘탑밴드2’는 영광스런 자리였고, 밴드 생활을 오래한 그들에게 조차 초심을 떠올리며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게 하는 자리였다.
우승 상금에 대해 멤버들 간에 얘기를 나누지 않았을 정도로 초연하게 경연에 임한 피아는 제 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에너지와 자본을 마련한 피아는 앞으로 써나갈 얘기들이 더 많아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앞으로의 활동이 ‘탑밴드’ 시즌 3와 시즌 4 등 앞으로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 다음은 피아와의 일문일답.
- 우승 소감을 말해 달라
▲ 기쁘다. 6개월 동안 600여 팀이 대장정을 했는데 한편으론 우승한 게 미안하기도 하다. 이 밴드들을 대표해서 열심히 하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밴드들의 대표가 돼 시즌 3와 4까지 발판을 마련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 우승을 예감했는지
▲ 솔직하게 말해서 참가하면서 우승이 목표는 아니었다. 우리의 위치가 어딘지 알고 싶었고,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서 점점 욕심도 생기더라. 나태해질 수 있었던 우리에게 좋은 자리였다. 실제로 연습량도 많아졌다.
원래 목표는 16강이었다. 체면치레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16강에 올랐을 때 어느 정도 목적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렇게 생각하니까 우리에게 경쟁해서 진 팀에서 미안하더라. 그래서 그 이후에 더 열심히 경연에 임했다.
- 결승에서 로맨틱펀치와 점수 차이가 별로 없었다. 준우승한 로맨틱펀치에게 선배 밴드로서 한 마디 하자면?
▲ 이번 ‘탑밴드2’를 통해서 로맨틱펀치의 진면목을 본 것 같다. 우리나라의 록신을 이끌어 나갈 1등이 됐으면 좋겠다. 실망도 많이 하겠지만 이걸 발판으로 해서 더 좋은 밴드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오늘 경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 우승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생방송인 만큼 멋있는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피아의 음악을 듣고 ‘이래서 십년을 듣는구나’하는 생각을 가지게끔 하고 싶었다. 포인트는 물론 관객과의 대화와 합이었다.
- 우승 상금은 어떻게 할 것인지 상의는 했나?
▲ 그동안 기복이 많았기 때문에 우승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다만 공연을 잘하고 싶었을 뿐이다. 1억 원이라는 상금을 받아서 어디에 쓸지 아직 멤버간에 상의도 못했다. 다만 앞으로 음악하는 데 쓸 것이라는 것은 다들 합의했다.

- ‘탑밴드2’를 통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 초심을 얘기하고 싶다. 다른 밴드들을 보면서 우리에게 없던 것들을 많이 봤다. 공연에서 마주치면서 만났던 밴드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게 됐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과 기량이 훌륭하다는 것을 보면서 반대로 우리가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를 알게 됐고, 많이 돌아본 것 같다.
그리고 '탑밴드'를 통해 저희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봐 주셨으면 했다. 사실 밴드가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저희안에 스토리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결과론적으로 우승하게 됐지만, 피아 역시 잘 할 수도 있고 마이너리티 같은 음악을 할 수 도 있다는 '완벽함'에 대한 금기를 깨고 싶었다.
- 오늘 끝나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 우선 뒤풀이가 있다.(웃음) 가족들한테 연락을 하고 싶다. 팬이 될 수도 있고 지인들에게도 전화해서 따뜻한 한 마디를 듣고, 건네고 싶다.
- 코치 신대철이 무대에 올라가기 전 어떤 말을 해주던가?
▲ 무대 올라가기 전에 별 말씀 없으시다. 오늘은 엄청난 격려를 해주셨다. 그 전에 준비할 때는 객관적으로 심사위원 입장에서 편곡 부분에 있어서 조언을 해주셨다. 대철이 형이 원래 터프한 맛이 있어서 디테일한 주문을 하지 않는다. 다만 ‘질러’, ‘잘해’, ‘너네가 짱이야’ 등의 말씀을 해주시면서 자신감을 항상 많이 불러 넣어 주셨다. 우리는 단순하다. 칭찬 많이 받아서 잘 한 것 같다.
- 오늘 무대에서 우리가 모르는 실수가 있었나?
▲ 없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에 80% 정도는 보여준 무대였고, 신기한 게 결승에 오니까 다들 긴장을 안 해서 오히려 좋은 무대를 꾸밀 수 있었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무대를 즐길 수 있어서 즐거웠다.

- 보컬리스트 요한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도 있었는데?
▲ 음정에 대한 지적을 받아서 생방송은 돌이킬 수 없는 무대라서 ‘음정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나에게 거대한 벽으로 다가왔다. '훌륭했어’, ‘고생했어’, 내지는 ‘컨디션 좋더라’ 등의 말을 공연이 끝난 뒤 하곤 했는데 잘하고 못하고에 끼면서 갈 길을 잃은 것 같았다. 적응이 안됐다.(요한)
- 피아가 1등 타이틀을 얻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 '탑밴드' 1등 수식어 이번이 처음이다. 저희가 잘해서 그런건 아니고, 사실 못해도 팬분들이 너무나 큰 지지를 보내주신다. 혹평이 될 수도 있고 채찍질이 될 수도 있는 얘기들도 많이 해주신다. 저희끼리도 모니터링을 많이 하는데 팬들은 정말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것 까지 다 알고 있더라. 정말 우리 팬들 대단하다. 저희끼리 했으면 이룰 수 없었다. 지지를 해주시니까 힘이 안 날수가 없었다. 함께한 승리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 ‘탑밴드2’를 통해서 인기를 얻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를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마음을 다질려고 참가했는데 높은 자리에 왔다. 제 자리에 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공연에서 우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더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KBS에서만의 '탑밴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탑밴드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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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