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승리였다. 밴드 피아(요한, 헐랭, 기범, 심지, 혜승)가 명불허전의 실력으로 ‘탑밴드’에 등극했다. 653개 팀이 지원해 약 6개월 간 경연의 대장정을 마친 KBS 2TV ‘밴드 서바이벌-탑밴드2’의 우승팀으로 손색이 없었고, 이 때문에 준우승을 차지한 로맨틱펀치(인혁, 콘치, 레이지, 하나, 트리키) 역시 빛났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탑밴드2’는 ‘최고의 무대를 연주하라’와 ‘최고의 자작곡을 연주하라’라는 자유곡, 자작곡 미션으로 경연이 진행됐다. 결승 무대에 선 피아와 로맨틱펀치는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고, 궁극의 라이브 실력을 뽐내며 마주선 관객과 배철수, 이승환 등 심사위원들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게 만들었다.
물론 승자는 있었다. 심사위원 점수에서 앞선 피아가 총점 1592점으로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고, 문자 투표에서 강세를 보인 로맨틱펀치는 총점 1565점으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약 20여 점의 점수 차이가 났을 만큼 두 밴드는 치열한 경연을 펼쳤고, 결승전의 긴장감을 잊어버리게 만들만큼 멋진 무대를 선사했다.


첫 무대는 로맨틱펀치가 장식했다. 정훈희의 ‘꽃밭에서’를 선곡한 이들은 보컬리스트 인혁의 환상적인 무대매너와 화려한 보컬, 그리고 몽환적이면서도 탄탄한 사운드로 기선제압을 했다. 이어 피아가 마이클 잭슨의 노래 ‘블랙 오어 화이트’(Black or White)를 불렀는데 그들은 할 말을 잊게 만드는 무대를 꾸며 생방송 현장을 찾은 관객들을 모두 자신들의 팬으로 만들었다.
영상이 나가는 동안 세팅을 마친 피아의 심지는 자신들의 깃발을 흔들며 관객을 흥분하게 만들었고, 관객들의 입에서 ‘피아’의 이름을 연호하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보컬리스트 요한의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그 뒤를 탄탄히 받쳐주는 해비하면서도 날카로운 사운드는 ‘명불허전’이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이들의 무대를 지켜 본 배철수가 “피아의 무대는 밴드의 가장 큰 장점 객석을 흥분시키는 것. 굉장히 좋은 무대였다. 하늘의 마이클 잭슨도 깜짝 놀랐을 것”이라고 극찬했을 정도.
이어서 피아가 자작곡 ‘웨어 아이 엠’(Where I [M])을 불렀고, 이후에는 ‘피아’를 연호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관객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요한이 관객석으로 마이크를 돌리면 관객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웨어 아이 엠’을 외쳐댔다.

마지막 무대는 로맨틱펀치의 자작곡 ‘치명적 치료’가 장식했다. 그들은 무대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냈고, 팔색조를 능가하는 인혁의 치명적인 매력에 모두가 빠져들었다. 하지만 우승은 피아가 차지했다.
모두가 자신들의 모든 것을 보여준 무대였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를 꾸몄다. 그랬기에 우승자로 피아가 호명 됐을 때도 이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을 표현하며 축하를 건넬 수 있었다. 천재음악가 지박과 기타리스트 김세황이 ‘탑밴드’에 헌정한 '다시 만날 그날'이 깔리며 방송에서 피아와 로맨틱펀치는 사라졌지만, 그들은 무대를 떠나지 않고 그간 함께 했던 밴드들과 팬들 앞에서 가시지 않는 여운을 함께 느끼며 우승을 축하했다.
아름다운 마지막을 함께한 이들의 무대도 빛났다. 시즌 1의 우승자 톡식은 이날 축하공연을 통해 자신들의 첫 번째 앨범의 신곡 ‘외로워’를 불러 1년 여 간의 노력의 산물을 쏟아냈고, 시나위는 ‘크게 라디오를 켜고’로 선배 밴드다운 멋진 무대를 선사했다.
한편, 1998년 부산에서 결성된 5인조 록 밴드 피아는 단 한 번의 멤버교체 없이 현재까지 총 5장의 정규앨범과 한 장의 EP 앨범을 발매했다. 명불허전 대한민국 최고의 밴드로 불려왔지만 ‘탑밴드2’에서 우승함으로써 제 2의 밴드 인생을 펼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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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