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착한 눈빛으로 결백을 호소해도 주위 사람들은 사기를 친다고 힐난한다. 어쩌다 방송인 노홍철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불신의 상징이 됐을까.
지난 13일 방송된 ‘무한도전’ ‘해님달님’ 특집은 동명의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한 심리전이 재미를 안겼다. 이날 백미는 어느새 ‘무한도전’ 속 사기꾼으로 자리매김한 노홍철에 대한 멤버들의 끝도 없는 불신을 보는 것.
노홍철은 지난 7년간 ‘여드름 브레이크’,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꼬리잡기’, ‘의상한 형제’, ‘TV전쟁’, ‘말하는대로’ 등 거듭된 추격전에서 권모술수의 대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동맹과 배신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멤버들의 뒤통수를 여러 차례 때렸다. 덕분에 그는 배신과 불신의 상징이 됐고 그에 대한 멤버들의 불신은 ‘해님달님’ 특집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방송은 해님과 달님으로 변신한 유재석과 정형돈이 다섯 호랑이 박명수, 정준하, 길, 노홍철, 하하 중에 착한 호랑이 2명을 찾는 과정을 담은 심리전이 펼쳐졌다.
유재석과 정형돈은 어머니의 제사상에 떡을 올려놓아야 했고, 다른 멤버들은 두 사람을 꼬여내 호랑이 소굴로 데려가야 하는 대결이었다. 다섯 멤버들 중 둘은 해님과 달님을 도와야 하는 착한 호랑이. 유재석과 정형돈은 착한 호랑이 2마리와 나쁜 호랑이 3마리를 구별, 호랑이가 싫어하는 곶감을 먹여서 물리쳐야 했다.
이 과정에서 노홍철은 추격전에서 처음으로 진실만 말하는 착한 호랑이였지만 유재석과 정형돈이 그간의 사기 행적을 빌미로 신뢰하지 않아 답답함을 호소했다. 결국 노홍철을 믿지 못한 유재석과 정형돈은 나쁜 호랑이 박명수와 하하와의 대결에서 패하며 씁쓸해 했다.
유재석과 정형돈은 정황상 지나치게 말이 딱 들어맞는다는 이유로 노홍철을 몰아세웠다. 그동안 화려한 언변으로 멤버들을 갖고 놀았던 그이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물론 노홍철은 그전의 추격전과 달리 착한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지만 멤버들은 믿지 못했다. 아무리 연민에 호소하고 살겠다고 발버둥을 쳐도 사기꾼 캐릭터는 벗어날 수 없는 업보였던 것.
노홍철 본인은 답답했겠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번 덧씌워진 사기 캐릭터와 그로 인한 무한 불신은 이날 ‘해님달님’ 특집이 만든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그가 “갱생을 주지 않는 사회가 나쁜 범죄라를 양성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아니 어쩌면 ‘무한도전’이 방송되는 동안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사기꾼 노홍철의 캐릭터는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홍철만큼 추격전에서 빛나는 지능과 술수로 재미를 안기는 이도 없기 때문. 더욱이 이번 특집으로 인해 멤버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노홍철에 대한 신뢰와 불신이라는 갈림길에서 즐거운 혼란을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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