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것이 하필 긴박했던 상황에 나왔고 결국 팀의 2012시즌도 끝나고 말았습니다. 비운에 눈물 흘린 전도유망한 주전 포수. 그 모습에 더욱 미안함을 비춘 외국인 투수들은 가슴을 세게 치며 함께 부둥켜안고 울어야 했습니다. 두산 베어스 주전 포수 양의지(25)와 외국인 듀오로서 자기 몫을 충분히 해준 더스틴 니퍼트(31)-스콧 프록터(35)가 자책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네요.
두산은 지난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7회까지 3-0으로 리드하다 흔들리며 8회 3-3 동점을 내준 뒤 연장 10회 끝내기 실책으로 인해 3-4로 패했습니다. 시리즈 전적 1승 3패. 새로운 체제로 한 시즌을 보낸 두산은 아쉽게 2012시즌 여정을 마쳤습니다.
연장 10회말 1사 2루에서 마무리로 나선 프록터는 폭투를 범했고 다급했던 양의지는 이를 잡아 3루로 송구했으나 하필 이는 악송구가 되고 말았습니다. 2루 주자 박준서는 3루를 거쳐 홈을 밟았고 결국 이 득점이 롯데의 플레이오프행 티켓과 두산의 2012시즌 종료를 이끌고 말았네요.

경기가 끝난 후 양의지는 자신의 실책으로 인해 경기가 끝났다는 자책감에 엄청난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2010년 신인왕을 차지하는 등 풀타임 시즌 3년 동안 팀의 안방마님으로서 굉장히 열심히 훈련했던, 그래서 타 팀이 지적했던 약점까지 확실하게 상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욱 독을 품고 땀을 흘렸던 양의지의 분루에 가슴이 쓰렸다는 관계자의 후문입니다.
양의지의 눈물에 8회 연속 4피안타로 동점 빌미를 제공한 니퍼트와 마지막 출격에 나섰던 프록터는 더욱 미안해하며 자신들의 가슴을 세게 쳤습니다. “네가 미안해 할 것 없다. 너는 충분히 잘 했다. 우리 때문이다. 우리 때문에 우리 팀이 5차전 반격 기회를 잃고 말았다”. 그 이야기와 함께 니퍼트와 프록터는 양의지를 감싸며 뜨겁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실 김진욱 감독 체제에서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과 투수진 변혁으로 2012시즌을 보낸 두산입니다. 컬러를 바꿔가는 팀이 단숨에 우승권으로 진입한다고 생각한다는 자체가 객관적으로도 무리수였던 만큼 두산 선수단은 확실히 올해 분전했습니다. 그 가운데 주전 포수 양의지는 122경기 2할7푼9리 5홈런 27타점에 포수로서 몇 단계 더 성장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시즌 초반 다소 많은 사구로 인해 아픈 곳이 많았고 타 팀에서는 그동안 양의지가 지적받던 크로스 플레이 약점을 더욱 파고들어 힘든 시즌이었습니다.
“시즌 첫 한 달도 안 되서 공 네 개를 맞았어요. 솔직히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사람 좋게 웃으며 실내 연습장에서 포수 수비 훈련을 추가로 받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양의지는 좋은 후배 최재훈의 존재 속에서 긴장감을 잃지 않고 경기 전 훈련에 열중했던 포수입니다. 젊은 주전 포수로서 의미있는 한 시즌을 보낸 양의지는 한 경기 실수로 인한 눈물에 좌절하지 않아도 됩니다.
니퍼트와 프록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무대 두 번째 시즌 니퍼트는 29경기 194이닝 11승 10패 평균자책점 3.20으로 분전했고 시즌 후반기에는 승운이 없음에도 일부 외국인 선수처럼 “왜 우리 타자는 못 치는 것이냐”라며 불평하기보다 “내가 이기지 못했다고 야수들이 미안해하는 것이 더욱 미안하다.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충분히 좋은 야수들이지 않은가”라는 말로 동료를 감싼 멋진 선수입니다.
올해 처음 한국 무대를 밟은 프록터는 때로 불안한 투구 내용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만 57경기 4승 4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79로 두산의 뒷문을 지켰습니다. 이는 역대 외국인 투수로서는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입니다. 단순한 성적 뿐만 아니라 프록터는 팀원으로서 단합에 더욱 신경을 쓰던 선수입니다. 가족들이 시즌 도중 미국으로 돌아가고 막내 딸의 탄생을 못 보았음에도 프록터는 “팀이 우선이다. 가족들을 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라며 프로 선수로서 의식을 먼저 강조했습니다.
세 명 모두 팀을 위해 몸을 던지고 근성을 불태운 선수들입니다. 양의지는 강민호(롯데)와 함께 젊은 주전 포수로서 현재보다 미래가치가 훨씬 큰 포수이며 다음 시즌 재계약 가능성이 확정적인 니퍼트-프록터의 야구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패배로 인해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린 세 선수가 다음 시즌 더욱 좋은 활약으로 팀과 팬에 공헌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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