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에 걸려 온 괴전화, "최동원 정신 기억하라"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10.14 10: 29

롯데 자이언츠의 13년 만의 포스트시즌 상위 시리즈 진출, 그것을 이끈 건 양승호 감독이었다.
롯데는 12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3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서울 원정길에서 2승을 거둔 뒤 3차전을 두산에 내주며 '뒤집기 한 판'을 염려하던 롯데는 연장 혈투끝에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고 SK 와이번스와 맞붙게 됐다.
사실 롯데는 2년 전 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당한 2승 뒤 3연패, 즉 역스윕을 염려하고 있었다. 2승을 먼저 거두고도 롯데가 쫓기는 듯한 야구를 한 건 이 때문이었다. 11일 3차전에서 졸전 끝에 2-7로 대패하자 우려는 더욱 커졌다.

뒤집기 한 판에 대한 걱정은 롯데 구단뿐만 아니라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중 한 명의 팬이 가진 염려가 정도를 넘어섰다. 롯데는 홈경기에도 전원 서면 롯데호텔에 합숙하는 등 전의를 불태웠다. 3차전을 패하고 난 뒤 양 감독의 호텔 방으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고 한다.
양 감독이 전화를 받아 보니 본인을 경남고 37기 졸업생이라고 밝힌 한 남자가 "그렇게 야구를 해서야 되겠냐. 최동원 정신을 기억하고 야구 똑바로 하라"고 혼쭐을 냈다고 한다. 난데없이 훈계를 들은 양 감독이 "약주를 하셨으면 그냥 주무시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 남자의 과도한 롯데 사랑(?)에서 오는 수위 높은 발언은 계속됐다고 한다.
날벼락에 찜찜한 마음으로 12일 사직구장에 나온 양 감독은 박정태 타격코치도 같은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들었다. 어떻게 호텔 방 번호를 확인했는지 몰라도 감독과 타격코치 모두에게 전화를 돌린 것이다.
스스로를 '경남고 37기 졸업'이라고 밝힌 괴한의 연령대를 추정하기 위해 양 감독은 경남고를 졸업한 송승준에게 넌지시 "너 혹시 경남고 졸업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송승준은 "혹시 감독님도 이상한 전화 받으셨냐"고 양 감독에게 되물었다고 한다.
송승준이 증언하는 전화의 내용은 양 감독이 들은 내용과 대동소이 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송승준에게는 본인을 '부산고 졸업생'으로 소개했다는 것이다. 경남고 졸업생에게 선배인 척 했다가 자칫 정체가 들통날까봐 꾸민 술책이라는 게 양 감독의 생각이다.
롯데의 감독, 타격코치, 에이스가 같은 날 동시에 괴전화를 받는 찜찜한 일도 있었지만 롯데는 두산을 꺾고 인천행 버스를 타게 됐다. 그가 말한 '최동원 정신'이 무엇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1984년 최동원이 일궜던 우승을 재현하기 위한 기회를 다시 얻는 데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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