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팀이 생긴지 딱 1년 된 날입니다. 준우승도 만족하지만 우승을 못한 건 아쉽네요".
팀이 생긴지 불과 1년 됐다. 그들이 참가했던 국내외 모든 대회서는 다 결승 턱을 밟아봤다. 최고의 무대라는 '롤드컵'에서 인비턱스게이밍(중국), SK게이밍(유럽), 씨엘지프라임(CNG.NA, 미국), 팀 솔로미드(TSM, 미국), 씨엘지이유(CLG.EU) 등 내노라하는 대륙별 강호들을 모두 이겼다.
그러나 축제의 마지막이었던 결승전서 그들은 지독하리만치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분명 최고의 무대에 올라가 '최고의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롤드컵 결승현장을 찾은 팬들은 대놓고 "타이페이 어새신(TPA)이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할 정도로 암담한 결승현장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100점 만점으로 평가하면 만점 짜리 실력을 지닌 아주부 프로스트. 역대 국내외 대회서 이들처럼 완벽에 가까운 행보를 걸은 LOL팀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14일 오전 USC 갈렌 센터를 찾은 LOL팬들은 그들을 '악의 축' 정도로만 생각했다.
LOL팬들은 8강서 미국의 자랑인 팀 솔로미드(TSM)와 유럽의 자존심 씨엘지이유(CLG.EU)를 4강에서 잠재운 프로스트를 '저주의 대상'으로 단정할 정도였다. 사실상 이기기 불가능했던 1세트를 정말 기막힌 한 방 싸움으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숙연해질 정도로 가라앉았다.

반면 TPA가 점수를 올릴 때 마다 현장은 떠나갈듯한 함성으로 밀리고 있는 아주부 프로스트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무너뜨릴 수 없는 태산 같았던 아주부 프로스트도 1만명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상대에게는 결국 눌릴 수 밖에 없었다.
경기 후 팀의 맏형인 클라우드템플러 이현우는 "좋은 경기를 보였어야 하는데 팬들께 죄송하다. 이길 때 보다 질 때 많은 점을 배운다"면서 "현장 팬들의 환호는 우리가 이제까지 한 만큼에 대해 주시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패배를 거울 삼아서 앞으로는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상면은 "컨디션이 안좋기도 했지만 응원소리에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강현종 감독도 "우리가 그동안 너무 자만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우물안 개구리였다. 정말 무서웠던 상대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번 패배를 거울 삼아서 철저하게 기본기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조합을 연구하고 챔피언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부터 다시 하겠다"라고 담담하게 패인을 분석했다.
경험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자산임에 틀림없다. 리더 장건웅은 "우리가 가야 할 여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벽을 넘겠다"며 앞으로의 활약을 다짐했다. 롤드컵 결승서 무너졌던 아주부 프로스트가 다음 대회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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