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레전드가 독수리 군단에 모두 모였다. 김응룡 감독을 비롯해 김성한 수석코치와 이종범 주루코치 그리고 이대진까지 투수코치로 합류한다.
한화는 지난 8일 해태 시절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4연패 포함 10차례 우승을 차지한 김응룡 감독을 전격 선임하며 팀 체질개선을 선언했다. 이어 지난 3월 은퇴한 이종범 주루코치가 이튿날 김 감독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이며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김성한 전 KIA 감독이 수석코치로 낙점됐다. 여기에 올 시즌을 끝으로 LG에서 은퇴한 이대진까지 새롭게 한화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구단은 이종범 코치가 계약을 마친 가운데 김성한 전 감독과 이대진도 구단과 협상을 마치는 대로 계약할 계획이다.
김응룡 감독 체제에서 새로 영입한 김성한·이종범·이대진 코치 모두 해태 출신으로 영광의 시절을 이끌었던 역전의 용사들이었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원년부터 해태의 강타자로 중심 타선을 이끌었고, 이종범과 이대진은 1990년대 이후 타이거즈 2기 왕조를 이끈 투타 기둥이었다. 김응룡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이들을 제자로 거느리며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을 지휘했다.

당시 해태 때문에 가장 많이 운 팀이 한화 전신 빙그레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빙그레는 1988·1989·1991년 한국시리즈 모두 해태에 모두 무릎 꿇었다. 이종범·이대진이 들어온 1993년 이후에도 타이거즈의 벽은 높았다. 이종범은 해태 시절인 1996년 8월23일 대전 한화전에서 1-4로 뒤진 9회초 2사 만루에서 정민철을 상대로 역전 만루홈런을 터뜨린 뒤 9회말 포수 대수비로 원맨쇼를 펼쳤고, 이대진은 2009년 9월11일 대전 한화전에서 개인 통산 100승을 거뒀다.
여기에 2000년대 이후 타이거즈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스나이퍼' 장성호도 2010년부터 트레이드 통해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김응룡 감독을 위시해 김성한·이종범·이대진 코치에 장성호까지 타이거즈 레전드들이 한화에 총집결한 모양새. 누구보다 이기는 법을 잘 아는 그들이 한화 선수들에게도 이기는 법을 가르치고, 승리를 이식할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진다.
이 같은 한화의 행보는 과거 삼성을 연상시킨다. 전통적으로 호화 멤버를 자랑한 삼성은 1985년 통합우승을 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 시즌을 끝으로 김응룡 감독을 데려오며 숙원을 풀고자 했다. 김응룡감독·유남호·김종모·조충열 코치 등 타이거즈 출신들이 팀 체질개선을 이끌었고, 부임 2년째였던 2002년 창단 21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한화도 어느 팀보다 승리에 목마르다. 1999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후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최근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탈락했고, 4년 사이 3번이나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한화는 승리에 목말라있고, 이기는 법을 잘 아는 타이거즈 레전드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한화가 체질개선을 위한 신호탄을 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