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이종범은 버린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42)이 한화 주루코치로 지도자 첫 발을 뗐다. 이종범 코치는 15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김응룡 신임 감독 취임식 및 기자회견에서 처음 한화 유니폼을 입고 모습을드러냈다. 등번호 73번이 박힌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이종범 코치는 "김응룡 감독님을 보좌해 열심히 하겠다. 이제 선수 이종범은 버리고, 코치 이종범으로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이 코치와의 일문일답.
- 코치로서 새 출발하는 각오는.

▲ 저는 여기 코치로 왔다. 예전의 선수 이종범이 아니다. 코치로서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선수가 뭐가 부족하고 어떤 마음인지 알기 위해 왔다. 예전의 이종범을 버리고, 선수들과 다시 배움의 길에 섰다. 한화가 최근 4년간 3번 꼴찌를 했다. 여기서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가 첫 번째 생각할 부분이다. 기존의 코치님들과 잘 이야기해서 앞으로 한화가 어떤 게 제일 필요하고 우선인지 열심히 공부하며 코치 생활을 할 것이다. 등번호 73번은 큰 의미없다. 0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 선택의 기로에 많이 섰을텐데 한화 코치를 선택하게 된 배경은.
▲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 연수를 가려고 정리해놓은 상태였다. 추석 때 잠깐 일본에 다녀왔다. 주니치에 가려고 마음먹었는데 김응룡 감독님의 부름을 받고 왔다. 처음 코치 생활을 김응룡 감독님과 하게 된 것이 정말 뜻깊지 않나 싶다. 한화라는 구단에 매력이 있어서 왔다. 그동안 선수들의 패배주의 그리고 시작과 끝을 봐왔다. 감독님께서 저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나도 이 길을 선택했다. 코치로서 열심히 노력하겠다.
- 김응룡 감독이 어떤 식으로 요청했나.
▲ '야, 한 번 도와줘'라고 하셨다. 포괄적인 의미는 같이 해보자는 말씀이셨다. 저도 두 말 없이 한다고 했다.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행동과 말로 가르쳐주고 싶다. 김응룡 감독님께서 어떠한 위치라도 저를 부르셨다면 어디든지 달려갈 생각이었다. 한화에서 함께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이 팀에서 함께 하게 됐다.
- 김응룡 감독님 스타일을 이야기하자면.
▲ 감독님은 코치를 믿고, 선수를 믿는다. 따로 주문하는 것보다는 선수들이 알아서 프로의 근성을 가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인상 쓰지 않게끔 해야 한다. 저도 인간인지라 화낼 수도 있겠지만, 뒤로 돌아가서 안아줄 수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
- 주루코치 보직을 맡았는데.
▲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상황에 따라 뛰어야 한다. 상대투수·포수 등의 사인을 캐치해야 한다. 그런 플레이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뛰는 게 내 몫이다. 그런 것을 젊은 선수들에게도 가르쳐줘야 할 것이다.
-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김응룡 감독님 같은 스타일을 목표로 할 것인가.
▲ 저 또한 신인 때 김 감독님을 만났다. 두렵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스런 자세로 하겠다. 실패를 하더라도 거울 삼아 내일을 향해 또 뛰고, 내일 실패하면 모레를 향해 뛰고 한 걸음 한 걸음 뛰겠다. 선수들에게도 그런 말을 주입시키며 실수와 실패를 하더라도 133경기를 통해 어떤 것이 중요한지 맥을 잘 짚어주겠다. 거침없는 코치가 되고 싶다.
- 한화의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
▲ 안과 밖에서 보는 건 천지차이다. 오늘 유니폼 입고 선수들을 보니 잘 지도하면 괜찮은 선수들이 있는데 왜 이런 애들이 날마다 지고, 하위팀에 있는지 안타까웠다. 그런 걸 바꾸기만 하면 충분히 될 수 있다는 매력을 느꼈다. 실패를 해도 그런 쪽으로 분위기를 가져가면 될 것이라는 매력을 느꼈다.
- 친정팀 KIA에 대한 생각은.
▲ 어느 팀이든 내게는 적이다. 꼭 KIA가 아니라도 상대팀 약점인지 우리가 어떤 야구를 해야 이길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게 급선무다.

- 오렌지색 유니폼 느낌은.
▲ 살다 보면 사람이 어느 위치에 따라 많이 변하기도 한다. 제가 딱 지금 그런 상황이다. 이제 갑자기 한화 유니폼을 입었지만 또 여기에 맞게 열심히 하면 된다. 어느 유니폼을 입든, 언제까지 여기 있을지는 몰라도 프로로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 가족들의 반응은.
▲ 같이 있었던 것도 올해 6개월이 처음이다. 아들 정우 같은 경우에는 말을 하지 않아도 남자이니까 기쁨 반 슬픔 반이다. 무엇보다 아내가 기뻐했다. 일본 유학의 기로에 설 때 김응룡 감독님께서 한화로 부르니까 여기로 가는 게 좋지 않냐고 해서 결정하게 됐다. 가족들의 반응은 좋다. 아들은 별말은 하지 않았지만 힘내라는 말이 많이 와 닿는다.
- 감독님 말고 한화에 친분있는 사람은.
▲ 여기와서 (송)진우형과 (한)용덕이형을 만났다. (정)민철이 같은 경우는 어릴적부터 친했다. 소통이 잘 될 것이다.
- 광주-대전 지역팬들에게 하고픈 말은.
▲ 저는 선수가 아닌 코치로서 어느 팀이든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조금 서운한 팬들도 있겠지만 (KIA는) 언젠가 돌아갈 수 있는 팀이다. 지금 있는 한화에서 최선을 다해 돌아간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겠나.
- 박찬호가 현역 은퇴를 고민하고 있는데.
▲ 이제 코치와 선수다. 본인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저도 그 나이까지 선수 생활했다. 구단이 아닌 본인의 의지로 결정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같이 하자거나 그만 하라는 것보다 본인이 프로로서 현 위치에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찬호의 의견을 가장 존중해야 한다. 같이 하게 되면 고참으로서 부탁할 건 부탁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주목하고 있던 한화 선수는.
▲ 기존의 선수들은 잘 알고 있지만, 아직 젊은 선수들은 잘 모른다. 뛰어줄 수 있는 선수들을 많이 어필하겠다. 그런 젊은 선수들을 파악한 다음 이야기하겠다. 어떤 주루 플레이를 해야 가장 빠르고 실패율이 적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 류현진의 해외 진출에 대한 의견은.
▲ 개인적으로 FA가 되고 가는 게 낫다. 나도 그렇게 해봤으니까. FA가 되어서 가는 게 좋은데 지금은 포스팅이라 구단이 선택을 해야 한다. 나는 모르겠다. 구단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감독님도 원하시지는 않을 것이다. 선수 본인이 잘 선택하기를 바란다. 선수 입장으로 말하면 FA가 되어대박을 터뜨렸으면 하는 게 진실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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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