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소지섭이 '회사원'으로 돌아왔다. 보기만 해도 톱스타 포스가 줄줄 흐르는 '소간지' 소지섭이 평범한 회사원이라니. 쉽게 매치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평범한 회사원이 아니다. 도시 한 복판에 있는 킬러들의 회사. 소지섭은 이 살인청부회사에서 영업 2부 과장 지형도로 분한다. 지형도는 과연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회사원'(임상윤 감독, 11일 개봉)은 독특한 설정이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도 소지섭으로 시작해 소지섭으로 끝나는 영화다. 그 만큼 원톱 주인공 소지섭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간결하고 정확, 그러면서도 화려한 손 액션을 펼치면서도 감성을 건드리는, 이 복합 장르의 히어로로 돌아온 소지섭은 "한 번 결정하면 후회가 없다"라며 '회사원'을 선택한 이유와 자신의 성향,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느끼는 것 등에 대해 들려줬다. 항상 '51'이란 숫자를 가슴에 새기고 달리는 그다.
-'회사원'을 선택한 이유는?

▲ 제목, 콘셉트가 매력있었고, 일상에 지친 회사원인데 알고 보면 킬러들이 다니는 회사라는 설정이 독특해서 좋았다. 읽고 고민을 하고 결정을 하면 후회는 절대 안 한다. 시나리오를 읽고 5시간 뒤에 바로 하겠다고 했다.
- 영화 속에서 일부러 몸매를 감추는 수트를 입었다고.
▲혼자 한 것은 아니고 영화팀이랑 상의를 해서 결정한 거다. 회사원인데 몸에 핏되는 패셔니스타처럼 하고 다니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가방도 헤진 스타일로 들고, 옷도 약간 커 보이는 느낌으로 입었다.
- 지형도와 본인이 비슷한 점이 있다면?
▲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 말이 정말 없다. 집에서 혼자 멍하니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음악 듣거나 영화 보거나 하고. 예전에는 인터뷰 하기 힘든 배우들 중 손가락 안에 들었다고 하더라. 내면은 안 바뀌고 외향적인 게 좀 바뀌었다.
- 배우 곽도원이 소지섭은 엉뚱한 개그를 하는데, 재미는 없지만 귀엽다고 하더라.
▲ 재미가 없는 스타일이다. 제가. 원래.
- '회사원'을 '아저씨'와 비교하기도 했는데
▲ 두 영화가 전혀 다른 느낌이다. 비교가 되면 물론 장단점이 있겠지만, 비슷하다면 아마 이 영화를 안 했을 것이다.
- 이미연과의 호흡은 어땠나?
▲ 이미연 선배는 카리스마가 있고, 오래 배우생활을 하신 만큼 연륜을 무시 못하겠더라. 아우라가 있다. 그간 해온 연기와 이번에 하신 것이 많이 다를 텐데, 다 내려놓고 상대방을 위해 하시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 감사하고 고맙다.
- 연기에 첫 도전하는 동준(제국의 아이들)에게 연기 지도를 해주지는 않았나? '유령' 때는 곽도원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고 들었다.
▲ 제가 뭘 가르쳐주겠나. 곽도원에게는 순간순간 대처 방법만 알려줬다. 드라마는 안 해 봐서 카메라 위치나 사이즈 같은 것을 잘 모르더라. 연기는 가르쳐줄 게 없다. 그리고 힘의 분배 정도. 영화는 한 신 한 신을 찍을 때 혼신의 힘을 다하는데 드라마는 그럴 수가 없다. 속도가 빠르니까.

- 그간 작품들을 보면 주로 혼자나 둘이서 이끌어가는 작품이 많았다. 요즘은 '멀티캐스팅'이 대세인데?
▲ 개인적으로 멀티캐스팅은 별로 안 좋아한다. 개인적인 성향일 수도 있는데, 한 인물이 처음부터 끝까지 치고 달리는 걸 좋아한다. 시선이 분산되는 걸 싫어하는 편이다. 그런데 해 보고 싶긴 하다.
- 필모그래피를 보면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준 주옥같은 작품이 많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
▲ 다 아낀다. 다들 포인트가 좀 있다. '지금은 연애중', '천년지애' 같은 작품들도 소중하고 '발리에서 생긴 일'은 확실히 대중에게 내 이름을 알린 작품이다. '영화는 영화다'는 내게 배우란 타이틀을 달게 해 줬다. 드라마를 하다보면 탤런트란 말을 주로 듣는데, 영화로 배우란 수식어를 얻게 된 것 같다. 정말 좋았다.
- '소간지'가 본인의 대표 별명이다. 기분이 어떤가?
▲ 기분이 좋긴 하다. 그런데 최근 소간지란 별명 때문에 외모만 비쳐지는 게 아니냐는 말을 처음 들었다. 그런 말은 꽃미남만 듣는 줄 알았다. 그건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닌데...(본인은 미남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저는 미남이 아니다. 송승헌. 장동건이 꽃미남이다. 그런 말을 가끔 들으면 어색하다.
- 액션의 강도가 상당한데 촬영하면서 다치지는 않았나?
▲ 찰과상과 타박상은 부상이라고는 할 수 없고..멍이 그냥 많이 든 정도다. 촬영이지만 태어나서 여자를 때려본 적은 처음이다. 상대 여배우 분이 눈물을 흘리면서 또 찍더라. 그날 마음이 정말 편치 않았다. 나는 곽도원 씨한테 많이 맞았다.
- 본인의 회사 이름 51K(피프티원케이)는 무슨 뜻인가?
▲ 51은 내가 좋아하는 숫자고, K는 '킹덤'이다. 51%와 49%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난 항상 51%를 위해 달린다.
- 후배 신인 연기자들을 육성할 생각은 없나?
▲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다른 투자나 제작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사무실과 나와 맞는 사람을 찾는데 까다로운 편이다. 일일히 전부 내가 면접을 본다.

-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역할은?
▲ 저예산이나 대작이나 규모를 가리지는 않는다. 장르 역시 마찬가지다. 로맨틱코미디도 하고 싶고 그 반대되는 역할도 해 보고 싶다. 한국사람들이 감정 표현이 세고 정확하게 직설적으로 하는 영화를 선호하는 경형이 있는데, 그런 작품을 해 보고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야 하고, 감독님은 그 다음이다. 가끔은 유명 감독님에게 'NO'를 한 적도 있어 '이상한 놈'이란 얘기를 듣기도 했다.
- 현재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요즘 즐겁니? 행복하니?' 이런 질문을 스스로한테 한다. 배우들은 관객이나 시청자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연기를 한다. 그런데 내가 그런 기운이 없는데 관객들이 과연 나를 보고 행복해 질 수 있을까란 생각. 나는 즐겁고 행복하게 해 주려고 하는데 내 자신이 그렇지 않다면 실패다.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책을 보고 많이 께달았다. 내가 행복한 기운이 있어야 날 보는 사람들도 행복하다는 것을. 좀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내가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돈이나 부가 있어도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한테는 당할 수가 없다.
- 결혼 계획은?
▲ 마음대로 안 된다. 평생 내 편이 되고 싶은 사람을 찾고 싶은 것이다. 가족은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이제 가족 꾸리는 건 내가 할 수 있지 않나. 좋은 선택을 하고 싶다.
- 관객들에게 한 마디.
▲ 영화를 보시고 자기 일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과 여유, 현재 내가 즐겁고 행복한 지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 영화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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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