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방출생’ 박정배가 밟는 꿈의 가을무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0.16 06: 37

꼭 1년 전 그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를 앞두고 쉬고 있었다. 그리고 한 달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새 팀을 찾지 못하자 그는 그대로 방출되었다. ‘모교 코치로 가야하나’ 허탈한 웃음을 짓고 있을 때 새로운 팀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이제는 당당한 플레이오프 직행팀의 계투 필승조로서 꿈의 무대를 기다린다. 박정배(30, SK 와이번스)의 생애 첫 포스트시즌은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공주고-한양대를 거쳐 2005년 두산의 2차 6라운드 신인으로 입단한 박정배는 지난해까지 후배 노경은과 함께 ‘교육리그 에이스’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시즌이 끝난 후 교육리그에서는 힘있는 150km의 직구를 던졌으나 오버 페이스로 인해 전지훈련 기간 막판에는 페이스가 떨어지며 1군 무대에 제대로 중용되지 못했다. 구위가 떨어지는 바람에 자신감도 떨어져 정작 활약해야 할 때는 제 위력을 발산하지 못한 박정배다.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1시즌 30이닝 이상을 던지지 못하며 고개를 떨구고 동료들이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동안 그는 주변인으로 머물러 있었다. 성실성 하나 만큼은 인정받아 팀에서 구단 전력분석원직을 제의했으나 선수로서 더 뛰고 싶어했던 박정배. 지난해 11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훈련에 참가한 박정배는 2차 드래프트에서 다른 팀의 지명이 없었다는 소식과 함께 방출되었다.

“저 삐꾸되서 돌아왔어요”. 씁쓸한 웃음과 함께 두산에서의 방출 소식을 이야기한 박정배. 다행히 이만수 SK 감독이 2군 감독 시절 좋은 구위를 지니고 있던 박정배의 가능성을 주목했던 기억으로 입단 테스트를 제의해 우여곡절 끝에 프로 선수로서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SK 입단 후 박정배는 “1군에서 50이닝만 던져도 소원이 없을 것 같습니다”라는 소박한 목표를 내놓았다.
결과는 박정배가 생각했던 것에 비해 대성공. 올 시즌 박정배는 계투 추격조는 물론 깜짝 선발, 시즌 막판에는 팀이 리드하는 상황을 지키는 셋업맨으로도 전천후 출격하며 37경기 4승 3패 3홀드 평균자책점 3.14로 활약했다.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1.03에 피안타율도 1할9푼3리. 50이닝을 목표로 하던 박정배의 올 시즌 이닝 수는 77⅓이닝. 시즌 초반 허벅지 부상으로 인해 잠시 쉬었던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아쉬움이 남는 기록이다.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더욱 컸던 박정배의 플레이오프 엔트리 승선은 당연한 결과였다. 매년 이때 포스트시즌 엔트리가 아닌 교육리그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비행기를 타야했던 박정배는 이제 당당한 팀의 필승조 투수다. 9월 이후 박정배는 12경기 2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2.38로 활약했다. 후반기 활약이 더욱 뛰어났던 만큼 포스트시즌에서 중용 가능성도 부쩍 높아졌다.
“롯데가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다 치르고 힘 빼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웃음) 반드시 우리 팀이 이겨야되니까 제대로 힘 보태야지요”. 2차 드래프트 수혜자도 아니고 전 소속팀에서 안타깝게 버려지며 야구 인생의 위기를 맞았던 박정배는 다시 한 번 ‘나도 할 수 있다’라는 각오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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