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1차전 선발' 김광현, 에이스의 책임감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10.16 06: 32

SK 와이번스의 좌완 김광현(24)은 확실히 2000년대 후반의 몸상태가 아니다.
김광현은 지난해 말부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2010년 말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고생했고 2011년 중반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지면서 2군에 내려갔다. 올 시즌에는 왼 어깨 통증으로 6월에야 1군에 올라왔다.
성적도 당연히 떨어졌다. 2010년 17승7패를 거둔 선수가 1년 뒤인 2011년에는 4승6패에 그쳤다. 올 시즌에는 데뷔 후 가장 적은 16경기에 출장했다. 김광현은 6월 복귀해 4연승을 달렸으나 어깨 통증이 도져 다시 1,2군을 오갔다.

그럼에도 이만수 SK 감독은 김광현을 16일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상대 선발은 롯데의 좌완 에이스 쉐인 유먼(33). 강력한 선발을 상대로 맞는 이 감독이 김광현을 내세운 이유는 단 하나, "SK 하면 역시 김광현"이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여전히 SK를 대표하는 에이스다. 에이스의 존재 여부는 팀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에이스가 1차전부터 피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팀 사기 전체가 저하될 수 있다. 피하다가 맞느니 처음부터 당당하게 나서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팀 분위기를 위해서도 좋다.
만약 김광현이 1차전을 잡는다면 분위기는 급격하게 SK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 흐름을 타는 단기전의 특성상 SK가 매우 유리하다. 그러나 김광현이 패한다면? 그래도 SK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이 사실 예전의 압도적인 위력을 보이지는 못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SK에는 김광현이 마운드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분위기를 다잡는 요소다. 그러나김광현 본인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등판일 수밖에 없다. 특히 그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4경기 2패 평균자책점 13.14로 부진했다. 김광현은 큰 경기의 악몽과 자신에 대한 우려를 털어내야 한다. 그것이 한 팀을 등에 진 에이스의 숙명이다.
김광현이 16일 1차전에서 2007, 2008, 2010년 팀의 우승을 이끌며 보여줬던 '꽃미소'를 되찾을 수 있을까. 에이스가 마운드를 오래 지킬 수록 수비도 힘이 난다. 그의 왼쪽 어깨에 개인의 부진 설욕, 팀의 시리즈 기선 제압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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