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을 떠난지 근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 박지성(31, 퀸스파크 레인저스)은 이란의 기억 속에 영원한 킬러로 남아있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17일(한국시간) 새벽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을 치른다.
조 1위(2승 1무)에 올라있는 한국은 2위 이란(1승 1무 1패)을 물리칠 경우 본선행의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반면 이란은 한국전에 패할 경우 본선행을 위해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한국전을 반드시 승리로 장식해야 하는 이유다.

결전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오후 아자지 스타디움 경기장에서 양 팀의 마지막 훈련이 이어졌다. 이란 현지 기자와 한국 기자들의 열띤 취재 열기 속에 관중석에서 몇몇 이란 팬들이 훈련 모습을 지켜보며 한국전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란의 축구 팬이라고 밝힌 쿠로쉬 씨는 "이란이 무조건 이겨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야 한다"며 "알리 카리미가 첫 골을 넣을 것 같다"고 한국전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진 한국 기자의 질문에는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 선수 중 주의해야 할 선수를 꼽는 물음에 "박지성이 있으면 이란이 승리하기 힘들다"는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독일 무대에서 한층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손흥민(함부르크)이나 스페인 무대에 연착륙한 박주영(셀타 비고)의 이름이 언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영원한 캡틴' 박지성이었다.
대표팀에서 은퇴한지 2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박지성은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박지성은 지난 2009년 이란과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홈 앤드 어웨이 경기서 후반 막판 잇달아 동점골을 터뜨리며 두 번의 1-1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눈앞에서 승리를 놓친 이란은 아쉽게 월드컵 출전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어 이란 팬은 "40% 정도의 이란 팬들이 1-1로 비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외 나머지는 2-1로 이란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절실히 승리를 외치면서도 한국을 어려운 상대로 여기는 것만은 분명했다.
한국은 이란과 역대 전적서 9승 7무 9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원정서는 2무 2패로 단 한 번도 승전보를 울리지 못했다. 최강희호가 지난 1974년 아시안게임 이후 38년 동안 이어져왔던 이란 원정 무승 사슬을 끊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