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호에 맞서는 이란 축구 대표팀이 안방에서 전통의 하얀색 유니폼 대신 이례적으로 빨간색 유니폼을 입는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17일(한국시간) 새벽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을 치른다.
조 1위(2승 1무)에 올라있는 한국은 2위 이란(1승 1무 1패)을 물리칠 경우 본선행의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반면 이란은 한국전에 패할 경우 본선행을 위해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독기를 품었다. 승리를 위해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 홈에서 즐겨입던 하얀색 유니폼 대신 빨간색 유니폼을 꺼내들었다. 한국이 전통의 빨간색 유니폼을 입을 경우 더욱 힘을 내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이란축구협회의 판단이다. 원정팀이라 선택권이 없는 한국은 전통의 빨간색 유니폼 대신 하얀색 유니폼을 입는다.
이란의 한 현지 교민은 "한국과 이란의 경기가 열렸던 2009년 당시 붉은 악마가 응원을 왔다. 이란 국민들이 붉은 악마의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고 설명했다. 한국방송사의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아스칼 씨도 "한국 선수들이 빨간색 유니폼을 입을 경우 더욱 힘을 내는 것 같다"며 이같은 의견에 힘을 실었다.
이란은 지난 2009년 2월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홈경기서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한국을 맞아 전통의 흰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하바드 네쿠남의 프리킥 선제골로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후반 막판 박지성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다. 4개월 뒤 한국 원정길을 떠난 이란은 경기 막판 박지성에게 다시 한 번 동점골을 허용하며 빨간색 유니폼의 한국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여러모로 빨간색 유니폼에 한이 맺힌 이란이다.
하지만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사무국장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이란이 홈에서 빨간색 유니폼을 입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하지만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기 때문에 취한 조치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유니폼은 감독이 결정하지 않고, 국가의 전통을 반영해 선택한다. 하지만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외국인이다 보니 국내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선택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의 지휘봉을 잡기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석코치와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바 있다. 맨유는 전통적으로 홈에서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포르투갈 또한 짙은 자주색의 유니폼을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케이로스 감독의 휘하 아래 전통에서 탈피해 파격적인 선택을 취했다. 징크스 아닌 징크스를 깨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한국을 두려워 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란과 역대 전적서 9승 7무 9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원정서는 2무 2패로 단 한 번도 승전보를 울리지 못했다.
홈에서 이례적으로 빨간색 유니폼을 입는 이란을 상대하는 최강희호가 지난 1974년 아시안게임 이후 38년 동안 이어져왔던 무승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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