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의 슈퍼스타 다루기 "찬호한테 내가 배워야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0.16 06: 36

"내가 찬호한테 배워야 하는 것 아냐?". 
한화 김응룡(71) 감독은 지난 15일 대전구장에서 취임식 및 상견례를 갖고 사령탑으로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대전구장 그라운드에서 열린 이날 상견례에는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 교육리그를 떠난 일부 코치및 선수들을 제외한 선수단 전원이 유니폼을 입고 참석했다. 그러나 단 한 명, '코리안특급' 박찬호(39)만이 보이지 않았다. 
박찬호는 이날 상견례에 앞서 따로 양복 차림으로 대전구장을 찾아 김응룡 감독에게 미리 인사했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과 박찬호는 20~30분 동안 면담을 가졌다. 김 감독은 "(박)찬호가 아직 내년에 선수생활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지 못한 것 같다. 11월에 미국을 다녀온 뒤에 결정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원래 1년간 선수 생활하고 미국에서 스포츠 경영인가 뭔가를 배우기로 가족들과 약속한 것 같더라. 나도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며 "찬호는 메이저리그 출신 아닌가. 가르칠게 뭐있나. 오히려 내가 배워야지. 찬호한테는 미국식으로 해야 한다"는 말로 박찬호의 고민을 이해했다. 감독으로서 첫 공식 행사에 스타가 빠졌지만 김 감독은 너그럽게 받아들였다. 
현역 연장과 은퇴의 기로에 서있는 박찬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 잔류에 대한 요청도 없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없다. 그저 잔류할 경우 "선발이 아닌 다른 중간·마무리 역할을 맡겨보는 게 어떨까 싶다"는 개인적인 의견만 피력했을 뿐, 선수 위에서 군림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응룡 감독은 1983~2000년 해태, 2001~2004년 삼성에서 무려 22년간 감독으로 있었다. 개성 강하고 자존심 센 스타들과 오랜 세월 함께 했다. 그들을 어떻게 다뤄야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선동렬과 이종범처럼 야구를 잘 하는 선수들은 일절 터치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나보다 야구를 잘하는데 무슨 말이 필요한가"라고 했다. 한화에서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물론 경우에 어긋나는 스타들의 경우에는 가차없다. 김 감독에게 반기를 든 이들은 어떤 연유에서든 대부분 팀을 떠나야 했다. 제 아무리 스타선수들이라도 김 감독 앞에서 꼼짝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침묵의 카리스마'에 있다.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선수단 전체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타일. 
이 같은 김 감독 특유의 스타일은 한화에서도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김 감독은 "난 선수들을 직접 지휘하지 않는다. 어차피 코치들이 다 하지 않나. 그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켜볼 뿐"이라고 했다. 감독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 선수들에게 창살없는 감옥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김 감독이 '여우같은 코끼리'라는 말을 듣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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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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